가상화폐 시장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미중 간 갈등 심화로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12만 달러 선을 지키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11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시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하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계정인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세계 각국에 희토류 관련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기반이 되는 광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해당 조치가 현실화되면 국제 무역과 제조업 전반에 파장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응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오는 11월 예정된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도 무의미해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정치적 긴장이 높아지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화폐는 투자 심리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1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15% 하락한 11만1천178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날 최저치는 10만9천600달러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11만 달러가 일시적으로 무너졌다. 이는 사상 최고가인 12만6천200달러 대비 1만5천 달러 이상 급락한 수준이다. 이더리움도 3.58% 하락한 3천748달러를 기록했고, 대표적인 알트코인 솔라나는 9.91% 급락했다. 도지코인 역시 2.99% 떨어졌다.
코인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도 이번 하락의 충격을 보여준다. 가상화폐 데이터를 분석하는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롱 포지션을 취했던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절이 이어지며 약 70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의 거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이로 인해 시장의 유동성이 급랭했고,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코로나19 첫 확산 당시와 맞먹는 극단적 패닉 장세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 시장 분석가는 이번 하락이 '대형 세력의 털기(일시적인 급락으로 개미 투자자들을 탈락시키는 전략)'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과열된 시장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람 아흘루왈리아 루미다 웰스 창업자는 트럼프의 돌발발언과 과도한 낙관론이 불러온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중 긴장의 수위와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심리 회복 정도에 따라 갈림길에 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희토류 통제를 둘러싼 현실화 여부, 미국의 추가관세 시행 가능성 등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