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청산 규모: FTX 사태를 넘어서다
이번 하락장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가격 하락폭보다 강제 청산의 막대한 규모이다.
지난 24시간 동안 약 25억 1,000만 달러, 한화로 약 36조 4,000억 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증발했다. 이는 2022년 FTX 붕괴 당시의 청산 규모인 16억 달러보다 훨씬 큰 수준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쇼크 당시의 12억 달러와 비교해도 이번 사태는 암호화폐 역사상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엄청난 규모이다. 비트코인은 한때 7만 6,975달러까지 하락했으며, 이더리움은 10% 가까이 폭락하며 2,300달러 선이 위태로워졌다.
하락의 원인: 거시경제 아닌 '내부 유동성 쇼크'
이번 사태는 중동 리스크나 연준의 정책 등 외부 변수보다는 시장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거래량이 적은 주말 사이 과도하게 쌓여있던 레버리지 포지션이 일종의 '과적 상태'를 유발했다. 대형 거래소에서 쏟아진 수만 개의 비트코인 매도 물량이 방아쇠가 되어 연쇄적인 '유동성 쇼크'를 일으켰다. 특히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에 투자한 신규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손실 구간으로 돌아섰다. 비트코인 최대 보유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평균 매수 단가인 7만 6,037달러 턱밑까지 가격이 추락하며 시장의 심리적 불안을 더했다.
"속살은 건강하다": 데이터가 말하는 반전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나, 코인베이스와 글래스노드의 공동 보고서는 시장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든 비트코인의 평균 매수 단가를 의미하는 실현 가격(Realized Price)이 현재 시장 가격보다 훨씬 아래에 있어 참여자 대다수는 여전히 수익 구간에 있다. 시장 가치 대비 실현 가치 비율인 MVRV 지표가 1.5 수준을 기록하며, 현재 시장이 버블이 아닌 건전한 상승 추세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정을 통해 시장 내 과도한 레버리지가 정리되면서 오히려 시장 구조가 훨씬 건전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투자자 심리 지표인 NUPL이 '믿음'에서 '불안' 단계로 내려왔으나, 이는 강세장 중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건강한 조정 패턴이다.
'디지털 금'의 딜레마
이번 폭락은 비트코인이 위기 상황에서 안전 자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비트코인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금은 오히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비트코인을 레버리지에 좌우되는 단기 변동성 자산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데이터가 증명하는 장기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투자자의 관점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