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채택을 뒷받침하는 핵심 플레이어들은 규제와 신뢰 장벽 속에서도 ‘회의론에서 통합’으로의 전환이 시작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더라움에서 열린 ‘이더캐피탈 서밋 서울’에서 ‘회의론에서 통합으로: 기관 채택의 기회와 과제’를 주제로 한 패널 세션이 진행됐다.
패널 세션에는 김의현 비인크립토 동아시아 총괄 편집장이 의장을 맡았으며, 존 케이힐 갤럭시 디지털 아시아 COO, 앤디 리 해시키 토크나이제이션 파트너, 고 알레오 CEO, 김세안 수호 최고글로벌책임자(CGO)가 자리해, 탈중앙화 시스템에 대한 기관 인식과 규제 현황과 타개안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기관은 들어오는데 규제가 늦춘다…한국 시장의 기회와 한계
갤럭시 아시아의 존 케이힐은 기관이 블록체인 인프라가 더 효율적이고 더 나은 구조이며 많은 기능을 사실상 무료에 가깝게 제공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기, 소비자 보호, 악용 사례에 대한 우려와 탈중앙화 기술이 전통 금융의 ‘신뢰 독점’을 약화시킨다는 인식 등이 기관 채택의 저항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기관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지난 12개월 동안 기관 흐름이 본격화됐다면서, 개념증명의 실제 구현과 토큰화 자산의 다각화, 신규 고객층 유입 등 확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가 ‘모든 것의 토큰화’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가 블록체인 기반 미래 금융을 언급했으며 “블랙록, 프랭클린 템플턴, 웰링턴, 피델리티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모두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수익률 수요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이 등장했고, 일부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모든 자산이 토큰화될 것이라며 “토큰화가 금융 상품 접근성을 높이고 경쟁을 촉진해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을 개선하며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이미 강력한 리테일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큰 기관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관점에서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라이선스를 보유한 비댁스와 협력하고 일부 자본을 해당 인프라에 예치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또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많고, 블록체인 기반 결제를 통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의 융합 흐름 속에서 한국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갤럭시 아시아 역시 현재 대기업 및 대형 자산운용사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며,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관련 계약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은 기존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매우 신중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 대형 기관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당수는 내부 시스템을 먼저 구축한 뒤 외부 협력을 추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규제라면서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이것이 기관 도입을 지연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탈중앙 금융, 혼돈 아닌 코드”…기관의 오해와 아시아 규제의 균열
해시키의 앤디 리 파트너는 기관이 탈중앙화 금융을 ‘혼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디파이는 통제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스마트 컨트랙트는 인간이 만든 어떤 시스템보다 더 명확하다”며 “ERC-20 스마트 컨트랙트를 보면 무엇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가 매우 명확하게 정의돼 있다”며 “화이트리스트 메커니즘 등은 기존 금융 인프라보다 더 정교한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기관이 탈중앙화 시스템을 믿지 못하는 건 아직 미래 금융 인프라의 잠재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중앙화된 시스템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시키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의 규제 파편화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단일 규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아시아는 규제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며 이 차이가 암호화폐 채택 전략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각 국가와 기관마다 기준과 시각이 모두 다른데,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통된 인식이 부족해 규제 간 조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앤디 리 파트너는 “이미 시스템 간에는 상호 인식과 연결이 가능한 시대인데, 규제는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며 “결국 규제가 다루는 핵심은 ‘자금의 이동’이지만, 각 기관의 정책 전략은 이 파편화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명확한 해법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규제뿐 아니라 “적절한 토큰 발행 방식, 유통 구조 설계, 투자자 확보, 그리고 디파이 환경에서의 활용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이러한 부분은 아직 충분히 고민되지 않았고 시장에서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해시키 파트너는 “각기 다른 시장에서 운영되는 현실 속에서 하나의 해법은 연결성 강화”라며 “서로 다른 거래소를 연결해 하나의 유통 채널을 구축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유통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규제 장벽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공개된 금융은 불가능”…프라이버시, 기관 진입의 열쇠
알레오 재단의 고 CEO는 시장 관심이 투기에서 저렴한 금융 인프라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이 결제나 급여 지급 등 실제 사용 사례가 시작 단계에 와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관 채택을 촉진하기 위해 먼저 교육과 기술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기관은 거래가 완전히 공개되고 영구적으로 기록되는 투명한 원장의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탈중앙화 원장의 기능의 발전과 함께, 기관 도입을 가속하기 위한 더 많은 교육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프라이버시는 현대 금융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초 인터넷이 HTTP 기반으로만 운영되던 시절 모든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다가, TLS와 SSL이 등장하며 보안이 확보되면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수조 달러 규모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디지털 자산 시장은 여전히 ‘HTTP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약 3000억 달러에 이르지만 이 중 암호화된 자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부터 거래까지 모든 흐름이 온체인에 그대로 공개되기 때문에, 기관 입장에서 중요한 ‘알파’를 보호하기 어렵다”며 “모든 활동이 공개되는 환경에서는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알레오 재단 CEO는 “프라이버시 기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제로지식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검증 가능한 블록체인을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지만 이러한 기술 발전이 기관 참여를 본격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관은 철학이 아니라 시스템을 본다”…채택의 핵심은 ‘실행과 신뢰’
김세안 수호 CGO는 “기관과 직접 대화를 해보면 질문은 훨씬 구체적”이라며 기관 채택 과정은 탈중앙화에 대한 인식보다는 훨씬 실무적인 문제에 달려있다고 짚었다.
기관의 질문은 금융감독 체계, 보고 기준, 규제 프레임워크에 적합한지, 각 기관의 내부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통합 가능한지가 핵심이라면서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도입 논의는 진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시장은 리테일에서는 이미 검증됐지만 기관 참여는 제한적이었다”며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흐름과 함께 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기관을 실제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편, 규제 준수와 제도적 장벽에 대해서는 현재 환경에서 실제로 구축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내 기관 도입은 결국 신뢰를 축적해가는 문제인 만큼 시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며 단계적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규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명확한 제도 정비를 기다리기만 하기에는 늦을 수 있다”며 “현재 프레임워크 내에서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기관 수준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GO는 수호아이오가 국내 주요 7개 은행과 협력 중이며 일부는 개념증명(PoC)이나 파일럿 수준을 넘어 프라이빗 테스트넷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외환 청산 및 결제 인프라를 은행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통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제도적으로 열릴 경우, 이미 구축된 실적과 신뢰를 기반으로 기관들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검증된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더가스가 주최한 ‘이더캐피탈 서밋’은 1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서울 강남구 더라움(The RAUM)에서 진행 중이다. 기관 자본 유입과 기업 단위 채택 확대를 목표로 한 이더리움 중심 행사로, 온체인 투자 구조와 협력 모델을 논의하는 자리다.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을 이더리움 생태계와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