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 확산으로 고학력 화이트칼라의 초급 일자리는 빠르게 줄어드는 반면, 데이터센터와 전력·냉각 설비, 돌봄 같은 현장 중심 직무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16일 연합뉴스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노동시장에서는 인공지능이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서 코딩, 문서 작성, 보고서 초안 정리처럼 이른바 지식노동의 입문 단계 업무까지 대체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 판교 등 정보통신기술 기업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1~3년 차 초급 개발자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깃허브 코파일럿 같은 인공지능 코딩 도구가 주니어 개발자 여러 명이 맡던 기초 작업을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초급 인력을 새로 채용할 필요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번역, 기초 회계 장부 정리 같은 사무 직무도 비슷한 영향을 받고 있다.
반대로 인공지능 시대가 커질수록 물리적 인프라를 다루는 기술직 수요는 더 늘고 있다. 챗지피티 같은 거대언어모델을 돌리려면 막대한 전력과 냉각 설비를 갖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이를 설계·시공·유지보수할 전기기사, 배관공, 냉각 설비 기술자,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특화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8년까지 연평균 11%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며, 생성형 인공지능이 이런 전력 수요 확대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현장에서는 숙련 기술자를 구하기 어려워 일부 프로젝트에서 기존보다 20~30%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사례도 나온다. 미국과 영국에서 직업학교 입학률과 공학·건설 과정 등록률이 늘고, 대학 학부 등록은 줄어드는 흐름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돌봄과 병간호 같은 대면 서비스 분야도 대표적인 인공지능 비대체 영역으로 분류된다. 요양보호사, 간병인, 방문 간호사 같은 직무는 단순 반복이 아니라 돌발 상황에 대한 즉각 대응, 환자와 가족을 상대로 한 정서적 교감, 실제 신체 보조가 함께 요구되는 일이라 기계가 완전히 대신하기 어렵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주요국에서는 이런 돌봄 인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해 정부가 훈련 프로그램을 늘리거나 외국 인력 유치까지 검토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일부 보조 업무를 맡더라도 최전선에서 사람을 살피고 책임지는 역할은 상당 기간 사람 중심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자리가 통째로 사라진다기보다 하나의 직업 안에서 업무가 잘게 나뉘는 이른바 직무 재편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정형화된 반복 업무를 맡는 대신, 복잡한 상황 판단과 조정, 최종 책임은 인간에게 더 집중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 의료, 경영관리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속보 작성이나 영상 판독 초안처럼 계산과 정리에 가까운 일은 인공지능이 도울 수 있지만, 사실관계 검증, 윤리 판단, 법적 책임, 이해관계 조정은 결국 사람이 맡아야 한다. 이런 변화에 맞춰 교육도 단순 지식 주입이나 코딩 문법 암기에서 벗어나 판단력, 비판적 사고, 문제 정의 능력, 협업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가르는 기존 구분보다, 기계가 만든 결과를 이해하고 검증하며 최종 책임까지 질 수 있는 사람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