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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메이커, 유동성 공급자인가 시세조종 세력인가…타이거리서치, 계약 투명성 강조

타이거리서치는 암호화폐 마켓메이커를 평가할 때 거래량보다 스프레드와 주문 물량 등 실제 거래 여건을 살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상적인 유동성 공급과 시세조종을 구분하려면 발행사 계약 공개, 자격 기준, 이해상충 방지와 호가 유지 의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켓메이커, 유동성 공급자인가 시세조종 세력인가…타이거리서치, 계약 투명성 강조/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

암호화폐 시장의 마켓메이커를 둘러싼 불신을 해소하려면 거래량보다 실제 거래 여건을 평가하고, 발행사와의 계약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보고서를 통해 정상적인 유동성 공급과 시세조종을 구분할 기준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 정비 과정에서 시장조성자의 자격과 의무, 계약 공개 범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투자자들이 마켓메이커를 ‘세력’으로 인식하게 된 배경에는 시장조성을 명분으로 거래량을 부풀리거나 토큰 물량을 처분한 업체들이 있다. 명확한 자격 요건 없이 같은 명칭을 사용하면서 정상적인 사업자까지 신뢰를 잃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불법 영업과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본래 기능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가 부담하는 거래 비용은 거래소 수수료에 그치지 않는다. 즉시 매수할 수 있는 가격이 1,010원이고 매도 가격이 990원이라면, 매수 직후 되팔 때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약 1.98%의 손실이 발생한다. 주문 규모가 커지면 여러 가격대의 물량을 차례로 소화하면서 체결 가격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 양방향 호가와 충분한 주문 물량은 이러한 ‘숨은 비용’을 줄인다.

토큰 발행사에도 안정적인 거래 환경은 중요하다. 호가창이 얇으면 작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여 사업 성과와 무관한 불안을 키울 수 있다. 독립된 사업자에게 호가 관리를 맡기는 방식은 발행사의 직접적인 시세 개입 우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독립성이 실제로 보장되는지, 계약이 가격 상승이나 물량 처분을 요구하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타이거리서치는 암호화폐 마켓메이커의 핵심 문제로 ‘계약의 불투명성’을 꼽았다. 자기 자금으로 가격 위험을 부담하며 매매하는 활동과, 발행사로부터 대가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거래량을 주요 성과 지표로 삼으면 자전거래를 통해 수치를 부풀릴 유인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사례는 갓비트다. 미국 검찰 발표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업체는 2018~2024년 여러 계정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거래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고객 토큰의 거래량을 부풀리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창업자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고, 회사는 약 2,300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몰수당했다. 실제 가격 위험을 부담하는 시장조성과 가짜 거래를 만드는 사업은 구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가 기준도 거래량 중심에서 체결 가능성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가격의 1~2% 범위에 쌓인 주문 물량, 일정 금액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가격 변동, 매수·매도 호가를 동시에 유지한 시간을 주요 지표로 제시했다. 거래량이 많아 보여도 외부 투자자의 주문을 적정 가격에 받아내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마켓메이커의 계약 관계를 공개하는 일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거래소와 감독당국은 계약 상대방, 대여 물량, 보상 조건과 중개인의 이해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계약에는 자전거래와 특정 방향의 시세 유도 금지, 스프레드 상한, 최소 호가 물량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거래소 계열사가 참여할 때는 조직 분리와 독립적인 점검을 통해 정보 접근이나 신용 제공에서 특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정상적인 위험 관리를 판별할 기준도 필요하다. 가격이 급변할 때 주문을 취소하거나 재고를 줄이는 행위는 겉으로는 매도 압력으로 보일 수 있다. 보고서는 취소 횟수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실제 체결 의사, 사전에 정한 위험 관리 규정, 전체 포지션의 위험 감소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방향 호가를 유지하려는 조정과 가격을 한쪽으로 움직이려는 행위를 구분하자는 취지다.

24시간 거래되는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도 부담을 키운다. 여러 거래소에 자산을 분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입출금 장애가 발생하면 가격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 급락장에서는 자동 디레버리징(ADL)으로 위험을 상쇄하던 선물 포지션이 강제 종료될 수도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위험과 호가 철회가 맞물리면 거래 공백이 확대된다며, 위기 상황의 의무와 예외 조건을 계약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입법의 쟁점은 거래소 위탁 계약뿐 아니라 발행사 계약까지 관리 범위에 포함할 수 있느냐다. 보고서가 검토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안은 거래소가 위탁한 시장조성을 허용하는 반면, 발행사가 맡긴 계약은 상장 후 6개월까지만 인정하는 구조다. 발행사 계약에서 비롯된 불투명성과 이해상충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면 제도 도입 이후에도 사각지대가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타이거리서치는 마켓메이커 제도화의 방향으로 계약형 사업자의 자격 기준, 계약 관계 공개, 이해상충 방지, 호가 유지 의무와 보상의 결합을 제시했다. 시장 회복을 평가할 때도 가격 반등보다 스프레드 축소와 주문 물량 회복, 거래소 간 가격 차이 해소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적인 유동성 공급을 지속할 여건을 만들면서 시세조종 업체를 걸러내는 것이 제도 설계의 핵심이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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