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추진하던 메시나 대교 건설 사업이 2025년 8월 6일 공식 승인을 받으면서, 반세기 넘게 논의돼온 유럽 최대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번 사업은 이탈리아 남부 본토의 칼라브리아주와 시칠리아섬을 연결하는 현수교 건설로, 총길이는 3,666미터, 주탑 간 거리만 3,300미터에 달한다. 이는 현존 세계 최장 현수교인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보다 1.5배 이상 길다. 총 사업비는 약 135억 유로(한화 약 21조8천억 원)가 소요될 전망이며, 계획대로라면 2026년 착공을 거쳐 2032년 완공이 목표다. 다리가 완공되면 기존 100분이 걸리던 시칠리아 해협 횡단이 차량으로 단 10분이면 가능해진다.
이 사업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 구축을 넘어, 최근에는 국제 안보 전략과도 연결되며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회원국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총 국방비 중 일부를 '간접 안보 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해 메시나 대교를 전략 인프라로 분류하려 하고 있다. 나토는 이 중 1.5%를 도로, 철도 등 이중 용도의 인프라로 계산하는데, 이탈리아는 해당 다리를 나토군 이동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시설로 해석해 간접 국방지출에 포함시키려 한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학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 주요 대학 소속 교수·학자 600여 명은 이 다리를 군사 인프라로 해석하는 데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제출하며, 국가안보에 기반한 판단에는 보다 정밀한 평가와 투명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지역이 지진 발생이 잦은 지질 구조를 갖고 있으며, 환경 파괴와 토지 수용 문제를 둘러싼 지역민 반발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사업 전반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메시나 대교 건설 구상은 이미 1970년대부터 제기됐지만, 막대한 예산과 환경·안전성 우려 등으로 인해 수차례 중단과 재추진을 반복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2013년에 취소된 바 있으며, 2022년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우파 정부가 집권하면서 다시 추진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지역 간 연결을 넘어서 국가 경제와 유럽 내 지정학적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메시나 대교가 나토의 전략 인프라로 공식 인정받게 된다면, 유럽의 안보 지형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환경 보호와 지역 주민의 권익 보장, 국방비 회계 처리의 정당성 등 다양한 쟁점들이 상존하는 만큼, 실제 착공 이후에도 국론 분열과 정책 조정 과정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