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문제 삼아 인도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인도 정부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양국 간 무역 갈등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기준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직간접적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제재 조치로 인도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앞으로 3주 뒤부터 발효될 예정이며, 이미 기존 25% 상호관세가 적용 중이던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인도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약하는 강도 높은 조치다.
이에 대해 인도 외교부는 해당 조치를 "매우 유감스럽고, 불공정하며 비합리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인도 측은 국제 원유 시장의 수급 여건과 가격 흐름에 따라 수입선을 선택하고 있으며, 14억 인구의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인도는 전체 원유 수입의 38%를 러시아로부터 조달하고 있는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이다.
이번 관세 부과는 미국이 러시아 제재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방국들까지 압박 수위에 포함시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인도는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전략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지만,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해 왔다. 미국은 이러한 인도의 대응이 자국의 러시아 견제 전략에 반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양국 간 무역 갈등은 이미 오랫동안 누적돼 왔다. 미국은 지난 4월 인도산 제품에 대해 상호관세 26%를 부과했으며, 이후 총 5차례의 양자 협상이 있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미국산 농산물과 유제품에 대한 인도의 높은 관세가 충돌 지점이었다. 지난해 미국은 인도와의 무역에서 45억 8천만 달러(약 6조 2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린 가운데, 주요국 간 통상 정책이 점차 자국 중심주의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분간 인도와 미국은 무역 마찰과 정치적 긴장이 동시에 얽히는 복합 양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기류에도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