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멕시코 출신 유명 래퍼를 마약 카르텔의 자금 세탁에 가담한 혐의로 공식 제재했다. 음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 부분이 마약 조직으로 흘러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중문화와 범죄의 연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8월 6일(현지시간), 멕시코 국적의 래퍼 리카르도 에르난데스 메드라노를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에르난데스는 ‘엘 마카벨리코’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던 인물로, 그의 음악 수익 중 절반가량이 마약 조직인 ‘카르텔 델 노르에스테(CDN, 북동부 카르텔)’로 흘러간 것으로 드러났다.
에르난데스는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의 국경 도시 누에보라레도 출신으로, 그의 음악은 극단적인 폭력성과 마약 조직 미화를 담은 ‘나르코코리도스’로 분류된다. 이는 마약 카르텔의 활동을 미화하거나 서사화하는 멕시코 지역민요인 ‘코리도스’의 변형된 장르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약 280만 명에 달하며, 영상 콘텐츠와 스트리밍에서 발생한 수익이 CDN 자금 세탁의 중요한 수단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CDN은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텍사스 일부 지역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며 마약 밀매와 인신매매를 일삼고 있는 조직이다. 특히 중독성이 강하고 치명적인 합성 마약인 펜타닐을 미국 내에 대량 유통시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왔다. 실제로 이 조직은 미국 내에서 테러 단체로 분류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무허가 클럽에서 CDN 조직원이 운영하던 시설이 적발돼, 불법 체류자 72명이 체포되고 현금 및 마약이 압수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번 제재는 에르난데스 개인뿐 아니라 CDN 내부 고위 인사 3명, 그중에는 조직의 실질적인 '2인자'도 포함됐다. 이들에 대한 미국 내 자산은 모두 동결되며, 미국 금융기관과의 모든 거래는 법적으로 차단된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마약 자금 차단뿐만 아니라 카르텔 조직의 문화적 확산에도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제재 조치는 단순한 경제 제재를 넘어, 음악 콘텐츠를 포함한 문화 플랫폼이 범죄 조직의 자금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향후 이와 유사한 방식의 자금 세탁이나 범죄 미화 콘텐츠 차단을 위한 국제 협력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