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배심원단이 이더리움(ETH) 기반 믹싱 서비스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 공동 개발자 로만 스톰(Roman Storm)을 무면허 자금 송금 운영 혐의로 유죄 판단했다. 그러나 자금세탁 공모 및 제재 회피 혐의는 각각 배심원단 불일치와 무죄 판단으로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일부 혐의에 대해 재심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스톰의 '무면허 송금업체 운영'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하지만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상 제재 위반은 무죄로, 자금세탁 공모 혐의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검찰은 스톰이 공동 개발한 토네이도 캐시가 북한 라자루스 그룹을 포함한 범죄 조직들의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이상 자금세탁에 사용됐다고 주장해 왔다.
토네이도 캐시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한 오픈소스 이더리움 믹서로, zk-SNARK 기술을 활용해 송금 내역을 익명화하는 방식의 스마트 계약 플랫폼이다. 2019년부터 스톰은 공동 창업자로 해당 시스템의 개발 및 유지에 관여해왔다.
배심원단의 평결 이후, 검찰은 스톰이 해외 이민 우회 경로를 논의한 메시지와 공범으로 지목된 로만 세메노프(Roman Semenov) 소유로 추정되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지갑 접근 권한 등을 이유로 보석 취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판사 캐서린 폴크 파일라(Katherine Polk Failla)는 "도주의 위험은 낮아 보이며, 항소 의지가 강하다"며 이를 기각하며 보석 상태 유지를 허가했다.
스톰의 변호 측은 “그는 여권을 반납하고 보석 조건을 성실히 이행해왔다”며 방어 논리를 펼쳤고,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1960년대에나 적용되던 관련 법 조항을 근거로 한 기소는 말도 안 된다”며 항소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현재 워싱턴주 시애틀로 일시 귀가 중이며, 재판은 추후 선고에 앞서 추가 공방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 개발자의 책임 한계와 관련해 커다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디파이 교육기금(DeFi Education Fund) 아만다 투미넬리(Amanda Tuminelli) 이사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한 개발자를 사용자 행위에까지 책임지게 하는 건 위험한 판례”라고 지적하며 현재 재판부와 미 법무부에 재기소 자제를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집권 당시 시작된 본 수사는, 암호화폐와 자율 프로토콜에 대한 미국 규제 기관의 태도가 다시 도마에 오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