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지 여행사가 외국인 관광이 중단된 북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로의 여행 상품을 출시하면서, 북한 관광 재개의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과 엇갈리는 행보가 실제 관광 재개 여부를 둘러싼 해석을 낳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본사를 둔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는 8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북한 원산갈마 해변 리조트를 방문하는 패키지 여행 상품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관광 일정을 살펴보면, 참가자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버스로 하산역까지 이동한 뒤 열차로 북한 두만강역을 통해 입국하며,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원산갈마 리조트 내에서 보내는 구조다.
이 여행은 4성급 숙소와 전 일정 식사를 포함한 '올인클루시브형'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러시아어 가이드가 동행하며, 인원수에 따라 가격은 변동되나, 대체로 인당 1,250달러에 현지 화폐로 약 250달러가 추가되는 방식이다. 이는 한화 기준 약 208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 관광 상품이 실제 운영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7월 1일 북한은 원산갈마지구를 공식 개장했지만 불과 18일 만에 외국인 방문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당시 원산갈마의 한 관리자는 "현재 외국 관광 손님은 받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상품 출시가 북한의 정책 변화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시범 운영 결과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이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은 원산갈마 해안지구 개발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년 전부터 이 지역을 동해안 관광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오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 수입 확대가 주요 목표로 제시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국경이 봉쇄되면서 외국인 관광이 중단됐고, 이후 제한적 재개조차 안착되지 못한 채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번 러시아 상품이 북한 당국의 묵인 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전제 아래, 향후 외국인 관광 일부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여름 성수기를 이용한 단기적 시도에 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원산갈마는 해수욕이 핵심 콘텐츠인 만큼 수온이 떨어지는 9월 이후에는 방문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북한이 향후 외화 유입을 위해 제한적인 관광 개방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북러 간 관계 강화 속에 러시아인 대상 관광이 우선적으로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여전히 북한의 국경 개방 정책은 예측이 어렵고, 외부 변수에 민감한 만큼 실질적인 외국인 관광 확대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정책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