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를 상대로 이른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돌입했다. 파라마운트는 8일(현지시간) 약 1084억 달러(약 156조 원)에 이르는 인수 제안을 발표하며, 이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주주들에게 직접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의 공개매수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인수합병이 기업 간 합의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이번 시도는 이사회 승인을 배제한 ‘적대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지난 2022년 합병을 통해 출범했지만, 약 50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끌어안으며 재무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은 인수 타깃으로 부각되는 기반이 됐고, 지난주에는 넷플릭스(Netflix)가 약 720억 달러에 일부 자산을 인수하기로 하며 본격적인 매각 수순에 접어든 바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글로벌 방송·뉴스 네트워크(CNN 포함) 등 핵심 자산은 제외한 조건부 계약이었다.
이에 반해 파라마운트는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전면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이들은 이번 인수 제안이 넷플릭스보다 규제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라마운트 측은 성명을 통해 넷플릭스가 해당 거래로 글로벌 OTT 시장의 43%를 점유하게 돼 독점 규제 당국의 심사가 엄격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라마운트는 이번 공개매수 전액을 현금으로 조달할 예정이며, 주식과 현금이 혼합된 ‘복잡하고 불안정한 구조’를 선택한 넷플릭스와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이번 적대적 인수의 중심에는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 파라마운트 CEO가 있다. 그는 오라클(Oracle) 공동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의 아들로, 아버지의 60억 달러(약 8조 6,000억 원) 투자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한 파라마운트는 오라클과의 기술 협업 관계를 강조하며 미래 경쟁 우위 확보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인수 이후 전략과 관련해 파라마운트는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극장 개봉 콘텐츠 확대와 전반적인 경비 절감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이들은 기존 효율화 전략으로 연 30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예고한 데 더해, 인수 시 연간 60억 달러의 추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OTT 시장 재편을 둘러싼 이번 인수전은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콘텐츠 통합과 기술 경쟁력 확충 등 복합적인 의제와 맞물려 있다. 파라마운트의 도전이 기존 합의안을 뒤엎고 시장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을지, 규제 당국과 투자자 움직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