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20일(미국 동부시간) 중동의 해상 수송 불안이 다시 커지면서 7% 가까이 급등했다. 세계 원유 운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막히자, 시장은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을 즉각 가격에 반영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5.76달러(6.87%) 오른 배럴당 89.61달러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91달러를 넘어서며 상승률이 8.77%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대표적인 길목이어서, 이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나 봉쇄 움직임이 나타나면 국제 유가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이란의 재봉쇄 조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은 지난 18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막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으로 오가는 선박을 차단하는 봉쇄 조치를 이어간 데 맞선 대응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해협이 양측 압박 속에 동시에 묶인 ‘이중 봉쇄’ 상태에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다. 원유는 생산보다 운송이 막힐 때 단기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같은 우려가 유가를 밀어 올렸다.
다만 유가가 하루 종일 가파르게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살아나면서 장중 한때 WTI 가격은 87.02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 결렬 가능성을 부인하며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협상단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협상 대표단도 21일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보도했고, AP통신과 로이터 통신도 이란이 미국과의 2차 협상을 검토하거나 참여 의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문제는 양측의 실제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차기 협상과 관련해 아직 어떤 계획이나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고 밝혔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도 협상 불참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특히 이란은 미국의 해협 봉쇄 해제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설령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공급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원자재 중개사 트라두의 니코스 차부라스 분석가는 해협 불안이 유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고, 사태가 풀리더라도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버펄로 바유 코모디티스의 프랭크 몽캄도 양측 간 간극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협상 진전 여부와 해상 봉쇄 완화 속도에 따라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크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