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기업공개(IPO) 시장의 약화와 글로벌 거래소의 정책 변화 속에서, 한국거래소가 주식시장의 거래 시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내년부터 24시간 거래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데 따른 대응 조치로 보인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9월 22일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세계 자본시장의 빠른 변화에 주목하며, 거래소 운영 전략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이미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이 기존 주간 거래의 틀에서 벗어나 전일 거래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며, “한국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 12시간 거래체계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토큰화 주식’(자산의 디지털 토큰으로 증권성을 부여하여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되는 주식 개념)과 같은 새로운 금융상품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기존 IPO 방식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스타트업이나 테크 기반 기업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에서는 이미 관련 제도의 정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우리나라 역시 제도적 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 이사장이 언급한 거래시간 연장은 단순히 ‘운영 시간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이 24시간 실시간 거래로 투자자들의 기대 수준을 높였고, 전통 금융시장 역시 이에 맞춰 유연성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12시간 체제를 도입할 경우, 아시아 및 유럽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어 외국인 자금 유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본시장 내부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거래소 수익 모델 다변화와 경쟁력 향상에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거래시간 확대에 따른 시장 과열 우려, 투자자 보호의 공백 문제 등도 함께 검토돼야 할 과제로 남는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의 입체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이 같은 흐름은 디지털 자산 시대에 대비한 국내 금융 인프라의 전환 시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향후 거래 제도의 유연성 확보와 함께, 새로운 투자 수단과 규제를 아우르는 자본시장 환경 개편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