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CL)의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10% 이상 하락하며 시장의 우려가 본격화됐다.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익은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고,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자본지출이 급증한 사실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오라클은 주당 $2.26의 조정 이익을 기록하며 월가 예상치인 $1.64를 크게 상회했다. 그러나 매출은 160억 6,000만 달러(약 23조 1,200억 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 성장했지만, 컨센서스였던 162억 1,000만 달러(약 23조 3,400억 원)에는 다소 부족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부문 매출이 3% 감소해 58억 8,000만 달러(약 8조 4,700억 원)에 그친 점이 아쉬움을 더했다.
순이익 측면에서는 눈에 띄는 개선을 보였다. 올해 2분기 순이익은 61억 4,000만 달러(약 88조 5,800억 원)로, 1년 전 기록한 31억 5,000만 달러(약 45조 3,600억 원)의 거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은 실적보다는 오라클의 미래 전망과 공격적 투자 기조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3분기 실적 가이던스에서 주당 이익 전망치는 $1.70~1.74로, 예상치 $1.72와 거의 동일해 실망을 주었다.
오라클은 이 기간 동안 클라우드 관련 수익이 79억 8,000만 달러(약 11조 5,000억 원)로, 시장 예상치 79억 2,000만 달러를 소폭 상회했다고 강조했다. 이 중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수익은 41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로 전년 대비 68% 급성장했다. 새롭게 취임한 공동 CEO인 클레이 마구이르크와 마이크 실리시아는 첫 실적 발표에서 에어버스, 도이체방크, 파나소닉 등과 신규 클라우드 인프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은 시장 다변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발루아의 분석가 레베카 웨테만은 “그간 오라클은 오픈AI와의 대형 계약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우려를 받아왔다”며 “이번 실적 발표에서 다양한 고객사 언급이 이 같은 불안을 어느 정도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라클이 공개한 미실현 수주 잔고(RPO)는 5,230억 달러(약 752조 원)에 달해 전년 대비 무려 438% 급증했다. 월가 예상치였던 5,018억 달러도 상회했다. 이와 관련해 최고재무책임자(CFO) 더그 커링은 메타(META), 엔비디아(NVDA) 등 주요 고객사들의 신규 계약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이면에는 투자 리스크도 동반되고 있다. 오라클은 올해 자본지출(CAPEX)을 전년 212억 달러(약 30조 5,000억 원)에서 500억 달러(약 72조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AI 중심의 데이터센터를 전 세계에 구축하려는 전략이지만, 이를 위한 부채 증가가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로 이어졌다. 특히 AI 분야의 판도가 급변하거나 주요 고객이 계약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수주 잔고가 수익으로 전환되지 못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오라클은 이를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구조의 투자 회수 전략도 언급했다. 차입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고객이 자체 칩을 데이터센터에 탑재하거나, 공급업체가 칩을 임대하는 방식 등 새로운 금융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실적에는 앰페어(Ampere) 지분 매각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오라클은 반도체 설계 사업부였던 앰페어를 소프트뱅크에 65억 달러(약 9조 3,000억 원)에 매각했고, 이번 분기에 세전 기준으로 27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의 이익을 반영했다.
오라클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인 래리 엘리슨은 “칩 설계에 더는 투자하지 않고 ‘칩 중립’ 전략을 통해 고객 수요에 맞춘 유연한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라클 주가는 지난달에도 23% 급락하며 2021년 이후 최악의 월간 하락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연초 이후로 보면 33% 상승해 나스닥 기술지수 상승률(22%)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