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인공지능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반영하며 하락세로 출발했다. 특히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기술주 전반이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10시 29분 기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04% 하락한 48,684.02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는 0.73% 떨어진 6,850.48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20% 내린 23,310.08로 집계됐다. 하락세는 특히 인공지능 관련주의 실망스러운 실적 전망에서 비롯됐다.
투자자들의 우려를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였다. 이 회사는 반도체와 통신 장비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더불어 대표적인 인공지능 수혜 기업으로 간주되지만, 이번에 공개한 2025회계연도 4분기 이후 매출 전망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 브로드컴의 호크 탄 최고경영자는 비(非)AI 분야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시에, 빠르게 성장 중인 AI 분야 매출의 총마진이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회사는 향후 6개 분기 동안 730억 달러 상당의 AI 제품 수주 잔고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주가는 하루 만에 8% 넘게 급락했다.
브로드컴에 앞서 오라클도 실적 공개 후 AI 관련 기대감을 낮추는 발언을 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었다. 이로 인해 팔란티어 같은 AI 부문 종목까지 줄줄이 하락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런 흐름이 고금리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투자 성향과 맞물려 있다고 해석했다. 성장성 위주의 기술주보다는 금리 인하 시 수혜를 볼 수 있는 가치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업종별로는 기술, 통신, 에너지 분야가 약세를 보였고, 금융, 소비재, 부동산 관련 주식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캘빈 맥도널드 최고경영자의 사퇴 발표 이후 룰루레몬 애슬레티카 주가가 10% 가까이 급등했고, 틸레이브랜즈는 대마초 관련 정책 기대감을 반영해 24% 넘게 치솟았다. 고급 가구업체 RH는 경쟁사 대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11% 올랐다.
한편 유럽 주요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프랑스 CAC40과 독일 DAX는 각각 0.51%, 0.16% 상승한 반면, 유로스톡스50과 영국 FTSE100은 소폭 하락했다. 국제 유가도 동반 하락세를 보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026년 1월물은 배럴당 57.38달러로 전장 대비 0.38% 내렸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 산업의 단기 성장 기대가 조정받는 신호로 이해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보다 현실적인 수익성과 마진 구조에 주목하면서, AI 전반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주의 조정이 계속된다면 자금 흐름은 당분간 가치주 중심의 전통 업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