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26년 5월 28일 장중 한때 5% 가까이 밀리며 8,000선 아래로 내려갔다가, 결국 전 거래일보다 43.41포인트(0.53%) 하락한 8,185.2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은 출발 직후만 해도 개인과 기관의 매수에 힘입어 반등하는 듯했다. 코스피는 8,165.73으로 출발한 뒤 한때 8,253.60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오를 전후해 분위기가 급변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8천89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지수는 한때 7,841.01까지 주저앉았다. 최근 반도체 강세를 발판으로 빠르게 오른 주가가 부담으로 작용한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서자 낙폭이 순식간에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조정은 국내 증시의 지나친 반도체 쏠림이 얼마나 큰 변동성을 만들 수 있는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절반을 넘어선 상태여서, 반도체 투자심리가 흔들릴 경우 지수 전체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외국인은 코스피가 7천선을 넘어선 직후인 5월 7일부터 이날까지 1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고, 누적 순매도 규모는 49조8천506억원에 달했다. 반면 개인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3조6천36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장중 매수 우위였던 기관도 마감 무렵 순매도로 돌아서며 8천914억원어치를 팔았다.
대외 변수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미국의 이란 남부 공습 이후 이란혁명수비대가 쿠웨이트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면서 중동 긴장이 다시 높아졌고,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4% 가까이 뛰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고,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미국 시간외 선물 하락도 함께 나타났다. 여기에 전날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을 제외한 주요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36% 내린 점도 국내 증시에 부담을 더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0.47%, 대만 가권지수는 1.40%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한국시간 오후 3시 58분 기준 1.35% 내렸다. 아시아 증시 전반이 위험 회피 분위기에 휩싸인 셈이다.
국내 요인도 겹쳤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소수 의견과 그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조절 가능성 등이 수급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5월 27일 기준 29.7%로, 중장기 목표치인 14.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는 71.60으로 마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시장의 공포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반도체 편중 완화 여부, 중동 정세, 외국인 수급 변화에 따라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