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최근 급락한 한국 증시를 두고 서로 다른 판단을 내놓으면서, 시장 조정이 일시적인 수급 충격인지 아니면 추가 점검이 필요한 국면인지를 둘러싼 해석이 갈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피모간은 한국 증시 하락의 핵심 원인을 기업 실적 악화보다 디레버리징(빚을 줄이며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는 과정)에서 찾았다. 제이피모간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 즉 기초체력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강한 레버리지 축소가 주가를 급하게 끌어내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장중 고점 9,385.59를 찍은 뒤 21일까지 약 28% 하락해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제이피모간은 이번 조정이 처음에는 통상적인 업종 순환과 펀더멘털 우려로 시작됐지만, 이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와 헤지펀드 포지션 청산이 겹치며 낙폭이 커졌다고 봤다. 지난 1년 동안 한국 증시가 빠르게 오르면서 개인투자자와 롱숏 헤지펀드, 매크로 펀드 같은 차입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됐고, 주가가 꺾이자 반대 방향의 청산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설명이다.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순자산은 지난달 말 5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가 최근 26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는데, 제이피모간은 이 청산 과정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매도 흐름에 대해서도 제이피모간은 다소 진정 조짐이 있다고 해석했다. 올해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 가운데 약 90%가 메모리 반도체 종목에 집중됐는데, 최근 관련 종목 비중이 낮아지면서 매도 압력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을 근거로 한국 증시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과 향후 12개월 코스피 목표치 12,500을 유지했다. 주가 급락이 기업 가치 훼손보다 과도한 수급 충격에 가깝다고 본 셈이다.
반면 씨티그룹은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씨티그룹은 7월 19일 발간한 신흥시장 자산배분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지난해 7월부터 유지해온 긍정적 시각을 조정한 것이다. 씨티그룹은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양호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최근 주가 상승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고 시장 변동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인 투자 매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인공지능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씨티그룹은 한국 대신 중국 증시에 대한 시각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올렸다. 정책 모멘텀과 기업 실적 개선 가능성, 글로벌 자금의 순환매 가능성을 감안하면 중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이번 엇갈린 전망은 한국 증시가 기초체력보다 수급 충격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지금을 적극 매수 구간으로 볼지 아니면 이익 전망의 지속 가능성을 더 확인할지에서 차이가 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기업 실적, 반도체 업황, 외국인 자금 복귀 여부에 따라 한국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은행들의 시각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