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주간 해상 원유 수출이 하루 325만 배럴로 줄어 2026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유시설 가동이 일부 회복된 가운데 흑해와 발트해 항만의 선적 차질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Bloomberg)의 선박 추적 집계에 따르면 8월 9일까지 4주 평균 해상 원유 수출은 하루 371만 배럴이었다. 최신 주간 수출량은 직전 주 하루 350만 배럴에서 325만 배럴로 감소했다. 선박 추적 자료는 공식 통계가 아니어서 사후 수정될 수 있다.
수출 감소는 생산량 자체보다 원유의 배분 변화와 관련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잠시 뜸해진 7월 하반기에 러시아 정유사들이 시설 수리를 진행하면서 원유가 수출용 탱커 대신 국내 정유 공정으로 더 많이 들어갔다.
러시아 원유는 통상 정유시설 가동이 중단되면 수출로 밀려나오고, 가동이 회복되면 국내 처리로 흡수되는 흐름을 보인다.
항만의 적재 여건도 수출을 압박했다. 흑해 주요 수출 거점인 노보로시스크는 최근 최대 적재능력의 절반가량만 가동됐고, 발트해 우스트루가의 적재량도 2주 전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항만 주변 탱커와 저장시설을 겨냥한 공격에 흑해 통항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선적 일정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유시설에서 처리하지 못한 원유가 생기더라도 항만과 선박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출 물량을 곧바로 늘리기 어렵다.
다만 이번 감소만으로 러시아 원유 수출이 구조적인 하락세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누적 해상 원유 수출은 하루 362만 배럴로 지난해 평균보다 28만 배럴 많다.
러시아는 8월 프리모르스크와 우스트루가, 노보로시스크 등 서부 항만의 원유 수출 계획을 하루 20만 배럴 상향 조정했다. 로이터는 공격과 수리 일정 변경으로 실제 선적 규모는 계속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정제제품 시장에서는 공급 압박이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러시아의 8월 해상 디젤·가스오일 수출은 전월보다 6% 감소한 약 310만 톤으로 집계됐다.
원유 생산이 유지되더라도 정유 가동률이 떨어지면 휘발유와 디젤 등 제품 공급이 먼저 위축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8월 10일 타타르스탄 니즈네캄스크의 테네코(Taneco) 정유공장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해당 석유 허브 공격으로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공격 범위가 정유시설에서 항만과 저장시설로 확대되면서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는 연료 생산과 원유 수송 양쪽에서 압박받고 있다. 원유 수출량만으로 공급 충격을 판단하기보다 정유 처리량과 항만 적재능력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제재와 선박 조달도 수출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KSE 인스티튜트(KSE Institute)는 5월 러시아 해상 석유 수출에서 서방 해양서비스 이용 비중이 42%였으며, 제재받은 그림자 선단이 전체 물량의 48%를 운송했다고 분석했다.
그림자 선단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소유권과 보험 구조를 불투명하게 운용하는 선박망을 뜻한다. 러시아가 추가 물량을 수송하려면 우회 선박뿐 아니라 보험과 항만 서비스까지 확보해야 해 수출 계획과 실제 선적량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원유 수출량뿐 아니라 정제제품 수급과 해상 물류 차질이 에너지 가격에 미칠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한다. 러시아산 원유 공급망은 제재와 수송 경로 변화에 따라 재편돼 왔으며, 향후 선적 흐름은 정유시설 복구와 주요 항만의 가동 상황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