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하락할 경우 시스템 매매 전략에서 최대 1630억달러(약 218조2570억원)의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상승장에서 추가로 유입될 수 있는 매수 여력은 약 90억달러(약 12조510억원)로, 잠재 매도 규모의 18배 수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6년 9월 분석에서 상품선물거래자문(CTA), 변동성 조절 펀드, 리스크 패리티 전략 등이 주가와 변동성 변화에 따라 포지션을 기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는 주가 하락과 변동성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다. 시스템 매매 전략이 주식 비중을 줄이면 매도 물량이 추가 하락을 부르고, 다시 변동성 확대와 추가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
시스템 매매는 가격과 변동성, 추세 등 사전 설정된 지표에 따라 자산 비중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이다. 투자자의 재량보다 위험관리 규칙과 시장 지표의 변화가 포지션 조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
이번 분석에서 제시된 1630억달러는 확정된 매도액이 아니라 특정 시장 조건이 충족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 규모다. 실제 매도 규모는 주가 하락 폭과 변동성 수준, 전략별 위험관리 규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배경에는 시스템 전략의 높은 주식 비중이 있다. 도이체방크 자산배분 자료로 표시된 9월 1일 자료에서는 변동성 조절 펀드의 주식 배분이 상대적 백분위 기준 100번째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는 주식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변동성이 급등하면 매도 흐름이 한 방향으로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 비중이 이미 높은 상태라면 변동성 변화에 따른 비중 축소가 시장 매도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Michael Hartnett) 투자전략가는 2026년 8월 초 자체 ‘불 앤드 베어 지표’가 9.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지표는 이후 9월 2일 기준 9.6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극단적 강세 구간으로 분류됐다.
지표가 높은 수준에 머문다는 것은 투자 심리와 포지션이 강세 쪽으로 기울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해당 지표가 미국 증시의 즉각적인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자사주 매입도 시장의 완충 역할을 하는 변수로 거론됐다. 기업들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통상 자사주 매입을 줄이는 계절적 공백기에 들어가면 시스템 매매에서 나오는 매도 물량을 받아낼 매수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체 시장에서 실제로 줄어든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 공백이 어느 정도의 매수세 감소로 이어졌는지는 이 분석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레딧 일부 이용자는 시스템 매매 신호가 매도 위험을 과장한다고 지적했지만, 다른 이용자는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반도체주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반응은 개인 투자자 커뮤니티의 의견으로, 시장 전체의 포지셔닝이나 기관투자자의 실제 거래를 보여주는 자료는 아니다. 분석의 핵심 수치와 커뮤니티 반응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앞서 S&P500에서 한쪽 방향의 잠재 청산 포지션이 집중된 사례도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기계적 매매가 가격 움직임을 확대할 수 있는 사례로 소개됐다. 이번 분석은 청산이 아닌 시스템 전략의 포지션 조정 가능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대상과 방식이 다르다.
이번 분석은 미국 증시가 곧바로 급락한다는 예측이 아니다. 상승장에서 동원될 수 있는 시스템 매매 자금보다 하락 시 기계적으로 출회될 수 있는 잠재 물량이 크다는 점과, 실제 매도 규모가 시장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