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8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산 순유입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8% 감소한 2조467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코빗과 고팍스에서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간 자산은 4802억원으로 74.2% 증가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1~8월 5대 거래소 자산 순유입액은 4조7395억원이었다.
원화예치금도 감소했다. 5대 거래소의 원화예치금은 올해 1월 7조6900억원에서 8월 5조2000억원으로 32.3% 줄었다.
해외 거래소로 이동한 자산은 코빗과 고팍스 두 곳에서만 집계됐다. 이들 거래소의 올해 1~8월 해외 거래소 순유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2757억원에서 4802억원으로 늘었다.
달러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연동금액은 1월 4765억원에서 8월 6121억원으로 28.5% 증가했다. 원화예치금 대비 비중도 같은 기간 6.1%에서 11.6%로 상승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부터 과세를 강행하려는 상황에서 우려했던 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순유출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이 2027년 1월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와 맞물렸다고 봤다.
현행 예정안에 따르면 2027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는 연 250만원 기본공제 후 소득세 20%가 적용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합산 세율은 22%다.
과세 대상은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이다. 국세청은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과 거래 수수료 등 필요경비를 뺀 뒤 연간 250만원을 기본공제하고, 남은 소득에 소득세율 20%를 적용하는 방식을 안내하고 있다.
다만 세액 산정 기준 등 세부 과세체계는 아직 마련 중이다.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은 해외 과세사례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 전문가들과 협의해 납세자가 신고할 때 필요한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박 의원실에 답했다.
세수 추계 자료도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 시행을 앞두고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 거래까지 포함한 신고 기준을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박 의원은 과세체계 정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시행을 2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섣부른 과세가 국내 투자자금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고 청년들의 자산 형성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2027년부터 예정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과세 기준을 연내 국세청 고시로 발표하고 납세자의 신고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세 유예를 둘러싼 논의는 국민동의청원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한 상황으로도 이어졌다. 과세 유예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세부 기준 마련이 정책 논의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번 통계는 5대 거래소 전체의 순유입액과 코빗·고팍스 두 곳의 해외 순유출액을 각각 집계한 자료다. 따라서 두 수치를 동일한 범위의 자금 흐름으로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국내 디지털자산 과세 논의에서는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현행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거래 방식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소득을 구분하고 과세 인프라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과 유예 요구를 어떻게 다룰지,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이 신고에 필요한 세부기준을 언제 확정할지에 따라 2027년 과세 시행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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