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DOJ)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대상으로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하며 형사 기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를 "독립성을 침해하려는 정치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갈등이 사상 초유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 "본질은 이자율 결정권에 대한 압박" 파월 의장의 배수진
제롬 파월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성명과 영상을 통해 법무부의 소환장 발부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파월 의장이 의회에서 증언한 '연준 본부 개보수 공사'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단순한 행정 조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취향이 아닌, 대중에게 봉사하기 위한 경제적 판단에 따라 금리를 설정한 데 따른 결과"라며 "이는 연준이 증거와 경제 상황에 기반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정치적 압박과 위협에 휘둘릴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고 일갈했다.
◈ 금융시장 요동... 달러 약세·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
이번 소식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가했다.
미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일제히 약세를 보였으며,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주식 시장 역시 S&P 500 지수 선물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통화 정책의 신뢰도가 추락하며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통제 불능 상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본부 개보수 비용'이 기소 근거? 정치적 보복 논란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연준 본부 건물 두 동의 개보수 비용이 2023년 19억 달러에서 2025년 25억 달러로 급증한 점을 집중 추궁해 왔다. 러스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빌 풀티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 등은 파월 의장이 의회에서 공사 세부 사항에 대해 거짓 증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의장 해임 사유인 '정당한 사유(for cause)'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의원은 "연준의 독립성을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명백해졌다"며 "법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차기 연준 의장을 포함한 모든 임명안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 1월 FOMC와 파월의 거취... 안개 속의 연준
연준은 지난달 금리를 3.5%~3.75% 범위로 인하하며 3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오는 1월 27~28일로 예정된 올해 첫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이 우세한 가운데, 이번 사법 리스크가 정책 결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 만료되지만, 이사직 임기는 2028년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케빈 하셋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을 후임자로 염두에 두고 파월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으나, 파월 의장은 "임기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