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사냥을 하던 새가 물고기를 전선 위로 떨어뜨리면서, 일대에 화재와 정전이 발생하는 이례적인 사고가 벌어졌다. 예상치 못한 자연 현상으로 인한 이번 사고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면서도, 기후 변화와 도시 인프라의 취약성을 돌이켜보게 한다.
사건은 지난 7월 30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소도시 애슈크로프트(Ashcroft)에서 발생했다. 인근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은 물수리(물고기를 먹는 맹금류의 일종)가 사냥감을 고압 전선 위로 떨어뜨렸고, 이 과정에서 전선에 불꽃이 튀었다. 당시 기온이 높고 들판의 풀이 바싹 말라 있던 상태에서 불씨가 인근 초지로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빠르게 확산됐지만, 지역 소방대원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큰 피해 없이 진화됐다. 다만 화재로 인해 애슈크로프트 지역에서는 전기 공급이 일시 중단됐고, 주민들은 한때 정전을 겪는 불편을 겪었다. 화재 발생 이후 애슈크로프트 소방서는 자사의 SNS 계정을 통해 사고 경위를 알리는 동시에 다소 유쾌한 문구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방서 측은 “사고 당시 날씨가 더워 새가 지쳐 물고기를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혹은 생선을 익혀 먹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고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올린 게시물에서는 물고기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이는 물수리를 ‘체포했다’며, ‘비행 가능성이 있는 피의자’라는 표현으로 언어 유희도 선보였다. 이는 비행능력이 있는 ‘새’와 범죄 수사에서 통용되는 ‘도주 우려(flight risk)’라는 표현을 절묘하게 연결한 것이다.
이번 사례처럼 인간의 인프라와 자연 생물이 의도치 않게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은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산불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작은 불씨가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과 대비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각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유사 사례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