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의 해킹 사고 이후 위약금 면제 시한을 제한한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해당 통신사의 책임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연말까지 통신 해지 시 발생하는 위약금을 전액 면제해야 하며, 결합 상품 위약금도 일부 보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8월 21일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관련된 분쟁 조정 신청에 대해 직권 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고객이 통신서비스를 해지할 때 부담해야 했던 위약금을 연말까지 전면 면제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원회는 SK텔레콤이 지난달 14일까지로 정한 위약금 면제 기한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간이 지나서 해지한 고객에게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분쟁조정위는 SK텔레콤이 유선 인터넷이나 IPTV 등과 묶어 판매한 결합 상품에 대해서도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결합 서비스를 해지한 고객에게 SK텔레콤이 이미 받은 위약금의 절반을 돌려주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위원회 측은 이러한 조치가 SK텔레콤의 해킹 피해에 따른 고객의 불가피한 계약 해지를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특히 유무선 결합 상품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통합 서비스로 마케팅됐다는 점이 결정에 반영됐다.
KT도 이번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KT가 지난 1월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 S25 예약 행사를 진행하면서 ‘선착순 1천명 한정’이라는 조건을 고지하지 않고, 초과 예약을 임의로 취소한 점을 문제 삼았다. 위원회는 KT가 예약을 취소한 고객에게도 약속한 사은품 혜택을 동일하게 제공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네이버페이 포인트 10만 원권 제공 등의 혜택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번 직권 조정 결정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당사자 간에 수락되면 법적 효력을 가진다. 한쪽이라도 수용하지 않으면 분쟁은 조정 불성립으로 종결되며, 이후에는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이번 결정에 대해 각각 별도로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대응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이 같은 조정 결과는 향후 통신사들의 사고 대응 및 고객 보호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정보 유출이나 시스템 장애와 같은 사고 이후 이용자에게 얼마나 충분하고 투명한 보상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통신업계 전반에서도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