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서 유통 중인 일부 중국산 리튬 이온 보조배터리 제품이 과충전 상황에서 화재나 폭발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자의 상당수가 충전기 사양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조사돼, 제품 사용 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12월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서 많이 판매되는 12개 리튬 이온 보조배터리 제품을 점검한 결과, 그중 4개 제품에서 과충전 시 핵심 보호장치인 보호회로 부품이 손상되는 문제가 발견됐다. 보호회로는 배터리가 과열되거나 일정 전압 이상으로 충전되는 과충전 상황에서 내부 손상과 사고를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조사 결과 문제가 된 제품은 로랜텍의 ‘콰트로 4포트 BPR-02’, 리큐엠의 ‘QP2000C1’, 명성의 ‘VA-122’, 디엘티테크코리아·아이콘스의 ‘CSPB-002C’ 등 4종이다. 이들 제품은 모두 중국에서 제조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위에 노출된 인기 제품들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관련 업체에 시정을 권고했으며, 로랜텍과 아이콘스는 문제가 된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소비자 요청 시 교환 또는 환불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리큐엠과 명성은 조사 결과 발표 시점까지 별다른 회신을 하지 않았다.

또한, 소비자 안내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조사 대상 중 4개 제품은 제품 설명서나 라벨에 ‘정격 충전기 사용’을 권장하는 문구조차 포함하지 않아 사용자의 충전 기기 선택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보조배터리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 4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57.6%가 “기기마다 적절한 충전기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해 안전 사용에 대한 정보 전달이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한국소비자원은 보조배터리를 충전할 때 반드시 해당 제품 설명서에 명시된 ‘정격’ 충전기를 사용할 것을 강조하고, 충전이 완료되면 즉시 전원에서 분리하고 이불 등 인화물질 근처에서는 충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 제품의 시장 확대 속에서 안전 규정과 정보 제공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온라인 유통의 특성상 제조국이나 안전 기준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향후 정부 수준의 인증 강화나 소비자 안전 캠페인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