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을 비롯한 대형 플랫폼에서 대규모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누적된 정보 조각이 한 사람의 생활 패턴까지 드러내는 ‘정교한 디지털 프로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쿠팡에서 총 3,370만 개 계정에 달하는 사용자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에 대해 쿠팡 측에 ‘노출’이 아닌 ‘유출’로 표기를 정정하고, 누락된 항목 없이 재통지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해당 사건은 단일 사고로는 역대급 규모다. 더욱이 최근 주요 쇼핑몰,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벌어진 유출 사건과 결합될 경우, 상당히 자세한 개인의 생활 양상이 드러날 수 있다.

이번 유출 사고는 단순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수준의 정보에서 그치지 않는다. 결제 내역, 이메일, ID와 같은 개인 서비스 이용 기록은 물론, 의료기관이나 통신 앱에서 수집된 행태 정보까지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렇게 흩어져 수집된 정보 조각이 쌓이게 되면, 해커나 범죄자 입장에서는 한 사람의 소비 성향, 거주지 변화, 건강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교한 데이터 세트가 만들어진다고 우려한다.

이와 같은 위험은 몇 년 전부터 점점 깊어지고 있다. 2011년 네이트와 싸이월드에서 3,50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고, 2014년에는 국내 3대 카드사에서 무려 1억 건이 넘는 금융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통신사 LG유플러스의 통화 앱에서 일부 사용자의 통화 내역과 전화번호가 노출돼 또 한 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개인정보 유출 신고 건수는 2022년 64만 건 수준에서 2023년엔 1,000만 건을 넘어섰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처럼 유출된 정보가 기술적으로 결합될 수 있고, 크리덴셜 스터핑(유출된 ID·비밀번호 조합을 다른 사이트에 무차별 입력하는 방식)과 같은 공격 행위에 악용된다는 점이다. 특히 대형 플랫폼 하나가 뚫릴 경우 다른 계정까지 쉽게 탈취되는 연쇄 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사용자들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국내 보안 업계에서는 국민 1인당 평균 6~7회 이상 개인 정보가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보안 수칙 준수가 필수다.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과 서비스마다 다른 로그인 정보를 설정하는 습관, OTP나 2단계 인증 도입, 그리고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가입 등이 권장된다. 또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보호나라’ 사이트를 통해 본인의 정보가 악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탈퇴 요청이나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이처럼 축적된 개인정보 유출은 단발적 피해를 넘어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향후에는 사회적 차원의 정보 보호 대책 강화와 더불어, 기업들의 자발적이고 책임 있는 정보 보호 조치가 국민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