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버스 컴퓨팅, 시리즈B서 3,096억 원 유치…퀀텀·AI 경량화 기술로 글로벌 주목

스페인 기반 퀀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멀티버스 컴퓨팅(Multiverse Computing)이 시리즈 B 라운드를 통해 2억1,500만 달러(약 3,096억 원)를 조달했다. 이 중 1억7,000만 달러는 지분 투자, 나머지 4,500만 달러는 보조금 및 파트너십 형태로 구성됐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멀티버스의 기업 가치는 5억 달러(약 7,200억 원)를 넘긴 것으로 평가되며, 이는 2024년 시리즈 A 당시의 약 1억800만 달러 대비 5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창업자이자 CEO인 엔리케 리사소 올모스는 정확한 기업 가치는 밝히지 않았으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직 상승한 벨류에이션은 투자자들의 AI 및 퀀텀 기술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

이번 라운드는 불하운드 캐피탈이 주도했으며, HP 테크 벤처스, 포지포인트 캐피탈, CDP 벤처 캐피탈, 도시바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 및 벤처 캐피탈이 참여했다. 멀티버스 컴퓨팅은 2019년 설립돼 금융, 에너지, 제조 분야를 겨냥한 퀀텀 컴퓨팅 솔루션을 제공해왔으며, 2023년부터는 인공지능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에 따라 독자적인 AI 압축 기술인 ‘콤팩티프AI(CompactifAI)’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AI 대형 언어 모델(LLM)의 상용화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콤팩티프AI는 모델 크기를 최대 95%까지 줄이면서도 정확도 손실은 2% 내외에 그친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비용과 성능 간의 전통적인 딜레마를 뛰어넘는 기술로 평가돼, 스마트폰·드론 등 엣지 디바이스로의 활용 가능성도 열어준다. 이 기술은 2024년부터 초기 고객사들에 제공되기 시작했으며, 향후 대규모 LLM 상용화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막대한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멀티버스는 약 16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연간 매출은 매년 두 배 이상 성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수익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아이베르드롤라, 보쉬, 캐나다 중앙은행 등 100곳 이상의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사용료 기반의 수익 구조이나, 최근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API 호스팅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토큰 단위 과금 방식의 새로운 매출 모델도 추가했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불하운드 캐피탈의 공동 창업자 퍼 로만은 멀티버스가 엣지 LLM 기술을 통해 차량, 노트북, IoT, 위성 등 다양한 디바이스로 인공지능 서비스를 확산시키는 데 핵심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압축 모델을 통한 지연시간 감소와 전력 절감은 클라우드 기업들의 전략적 무기가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컴퓨팅 사용량이 극대화되고, 프라이빗 클라우드나 국산 AI 클라우드 상용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퀀텀 기술은 지난해에 이어 벤처 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다. 2024년 기준 퀀텀 기술 스타트업들은 총 19억 달러(약 2조 7,360억 원)를 투자받았으며, 이는 전년 대비 138%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시드부터 후기 단계 기업까지, 이처럼 높은 성장률은 고성능 연산 기술과 인공지능 융합에 대한 산업 전반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멀티버스 컴퓨팅이 제시한 AI 모델 경량화 해법은 이러한 시장 흐름과 맞물려, 향후에도 글로벌 테크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