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컴퓨팅 시장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NVDA)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양자기술이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면서 관련주들이 장 시작 전부터 일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번 발언은 올해 초 양자컴퓨팅이 상용화되기까지는 15~30년이 걸릴 것이라는 그의 보수적 전망과는 대조적인 태세전환이다.
황 CEO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GTC) 기조연설에서 “양자컴퓨팅이 실제 적용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컴퓨팅을 통해 앞으로 몇 년 안에 흥미로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이 분야에서 다양한 협업을 진행 중이며, 기술 현실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발언 이후, 프리마켓에서 퀀텀 컴퓨팅(QUBT)은 14% 이상 급등했고, 리게티(RGTI)는 7%, 디웨이브 컴퓨팅(QBTS)은 4%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섹터가 강세를 보였다. 아이온큐(IONQ)도 5% 오름세를 기록했는데, 이 회사는 최근 영국 퀀텀 기술기업을 인수하고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한 바 있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가 처리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퀴빗(Qubit)을 이용한 다차원 상태 계산으로 풀어내는 기술이다. 연산 속도와 데이터 처리량 측면에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며, 금융, 의약, 소재,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IBM(IBM) 역시 최근 대형 양자컴퓨터 개발 계획을 공개하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회사는 ‘결함 허용(Fault-Tolerant)’ 기술을 통해 향후 10년 내 상용화 가능한 대규모 시스템 구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IBM의 주가는 예외적으로 이날 보합세를 나타냈다.
이번 반등은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온 엔비디아가 퀀텀 기술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낙관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팅이 AI와 함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특정 기업의 기술 성과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태계 형성 여부가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 대부분이 기업 규모나 매출 측면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이번처럼 기술 진전과 CEO 발언 한 마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의 고위험·고수익 전략이 때로는 강한 모멘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