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나노 기술 유출…日 도쿄일렉트론 연루 정황에 대만 충격

대만의 대표 반도체 기업 TSMC의 최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관련 직원들이 구속되고, 일본 기업과의 연계 가능성까지 조사되면서 대만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번 사건은 TSMC의 2나노미터 공정 기술이 외부로 빠져나간 정황이 포착되며 수사가 시작됐다.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선 수준의 반도체 제조 기술로, 스마트폰과 AI 반도체 등 고성능 시스템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공정이다. 기술 유출은 단순한 산업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가 핵심 자산의 해외 유출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만 고등검찰서 지적재산권분서는 지난 7월부터 TSMC 전·현직 직원 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고, 이 중 천모 씨, 우모 씨, 거모 씨 등 3명을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재택근무나 원격 시스템을 이용해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기밀 도면을 촬영한 뒤 외부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촬영된 도면은 1천여 장에 달하며, 해당 파일들은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TEL)에 전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도쿄일렉트론은 일본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주주이기도 하다. 이번 기술 유출 사건이 TEL과 연결된 정황이 나오면서 일본과 대만 간 반도체 협력 관계에도 긴장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TSMC 직원들이 외부 스타벅스 매장이나 고속철도역 등에서 접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만 사회는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까지 품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 개정된 대만의 국가안전법은 반도체와 같은 국가 전략 기술의 ‘역외 사용’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기술 유출자에게 최대 12년의 징역형 또는 약 46억 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TSMC는 압수수색과 조사에 전면 협조 중이며, 향후 이직을 준비 중인 직원에 대한 대대적인 사내 감사를 예고했다.

당장 유출 정보가 일본 TEL이나 그 외 외국 기업에 실제 전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번 사건은 글로벌 공급망 상에서 반도체 기술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유출로 인한 산업적 피해뿐 아니라, 아시아 반도체 동맹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TSMC의 대응과 대만 정부의 법 집행이 향후 유사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