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ARM과 퀄컴(QCOM)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ARM은 기대 이하의 실적과 애매한 전망 탓에 8% 이상 급락했으며, 퀄컴 역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시황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5%가량 빠졌다.
ARM은 최근 발표된 1분기 실적에서 주당 35센트의 이익을 거두며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성적을 냈지만, 매출은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5,000억 원)로 예상치인 10억 6,000만 달러에 못 미쳤다. 순이익은 1년 전보다 42% 급감한 1억 3,000만 달러(약 1,870억 원)에 그쳤다. 매출 전망 역시 10억 1,000만~11억 1,000만 달러로 시장 기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가시적인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투자심리를 눌렀다.
무엇보다 시장의 우려를 키운 것은 ARM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 자체 흔들림이었다. 르네 하스 ARM CEO는 향후 단순 설계 기술을 넘어서, 반도체 자체 생산이나 제작 위탁 등으로 수직 계열화를 모색할 의지를 내비쳤다. 고객사와 경쟁 관계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리스크 요인이 부각된 것이다.
실제 ARM은 전 세계 스마트폰과 태블릿 대부분의 설계 기반을 제공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수요 자체가 정체 국면에 접어든 영향으로 '라이선스 및 기타 매출' 부문은 전년 대비 1% 감소한 4억 6,800만 달러(약 6,740억 원)를 기록했다. 다만, 아키텍처 기반 로열티 수익은 25% 증가한 5억 8,500만 달러(약 8,420억 원)를 보이며 일부 방어에 성공했다.
한편 퀄컴은 실적만 보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냈다. 3분기 매출은 103억 7,000만 달러(약 14조 9천억 원)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고, 주당 순이익은 예상치보다 높은 2.77달러였다. 총순이익도 작년 동기보다 25% 증가한 26억 6,000만 달러(약 3조 8,300억 원)를 기록했다.
가이던스도 탄탄했다. 퀄컴은 다음 분기 매출을 107억 달러 규모로 제시하며 월가 예상치인 103억 5,000만 달러를 웃돌았고, 주당 순이익 전망도 2.85달러로 시장 기대를 상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부진한 스마트폰 부문 매출로 타격을 입었다. 이번 분기 핸드셋 부문 매출은 63억 3,000만 달러로 예상치보다 감소했다.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와 사물인터넷 부문에서는 각각 21%, 24%의 성장률을 보이며 일정 부분 성과를 나타냈고, 특허 기술 사용료로 수익을 내는 QTL 부문은 11% 성장해 13억 2,000만 달러(약 1조 9,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퀄컴은 ARM과 마찬가지로 데이터센터 및 AI 시장에서도 도약을 준비 중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한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기업과 차세대 AI 서버 칩 공급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해당 사업은 늦어도 2028 회계연도부터 매출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두 기업 모두 장기적 방향성에는 긍정적 요소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스마트폰 시장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라는 단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간 무역협정 체결을 압박하며 추가 관세 부과를 시사하자, 소비자심리와 기술 기업 수익성에 미묘한 여파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흐름을 보면 ARM은 올해 들어 29% 상승하며 기준 지수인 S&P500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퀄컴은 연초 대비 3% 상승에 그치고 있다. 기술 수요 다변화와 새로운 성장 축 확보가 양사에 급선무로 부각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