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대표 화가 신윤복의 작품 세계를 현대 기술로 재해석한 가상현실(VR) 영화 ‘단이전: 미인도 이야기’가 세계적 영화제로 꼽히는 제73회 멜버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이번에 초청된 작품은 대한민국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공동으로 제작했으며, 확장현실(XR) 부문에 선정됐다. 상영은 현지 시간으로 오는 17일까지 멜버른 소재의 ACMI(호주 영상박물관) 스윈번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멜버른국제영화제는 1952년 시작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호주 최대 규모이자 세계적으로도 긴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제로, 신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탐색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매년 이 무대를 빛낸다.
‘단이전: 미인도 이야기’는 조선 후기의 대표 화가 신윤복(1758년생)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VR 영화다. 대표작 '미인도'와 '월하정인'을 비롯해 '송정관폭', '계명곡암', '송정아회' 등 15점의 화폭이 주요 장면에 등장하며, 극적 서사는 주인공 ‘단이’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여정 속에서 단이는 선비 ‘이생’과 기생 ‘추희’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선을 따라간다.
이 작품은 단순히 미술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적 정서와 정통 예술 요소를 첨단 기술과 결합한 점이 특징이다. 판소리와 전통 무용을 입체적인 화면 구성 안에 녹여내며, 관람객이 공간 안에 직접 들어가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단순 시청을 넘어 ‘체험하는 예술’로 진화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연출을 맡은 유상현 서경대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교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조선 회화에 담긴 여성의 내면적, 외면적 아름다움을 VR이라는 새로운 매체로 드러내고 싶었다”며, 전통과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시도를 통해 한국의 미를 세계에 소개한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한국 전통문화 콘텐츠가 기술 융합을 통해 더욱 국제적인 무대에 진출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특히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 분위기 속에서 VR, 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전통 문화의 현대적 재구성이 향후 대표적인 문화 수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