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인텔에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투자하며 미국 반도체 산업의 반전을 도우려는 움직임에 가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텔에 대한 정부 지분 투입설과 맞물려,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방위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합의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인텔 주식 8,700만 주를 주당 23달러에 매입할 예정이며, 이는 인텔의 최근 종가보다 소폭 할인된 가격이다. 해당 지분은 인텔 전체의 약 2%에 해당하는 규모로, 소프트뱅크는 인텔의 여섯 번째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투자 소식이 전해지자 인텔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하락했으나 시간 외 거래에서 4% 넘게 반등해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반영됐다.
이번 투자는 인텔에 대한 정부 개입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2년 ‘반도체 및 과학법’으로 배정된 자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최대 10%를 취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 제안은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이 주도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금의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 집권 당시에도 인텔은 해당 법에 따라 총 80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보조금 수혜 기업으로 선정되었고, 오하이오를 비롯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인텔이 오하이오 신규 공장 건설 일정을 연기하고, 2분기 29억 달러(약 4조 2,000억 원)의 순손실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기업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립부탄 CEO의 중국 반도체 투자 문제를 언급하며 사임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양측은 백악관에서 회동을 갖고 갈등을 일부 해소했으며, 이 자리에서 미 정부의 인텔 지분 투자 구상이 공식적으로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개입 외에도 소프트뱅크는 트럼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미국 내 4년간 총 1,000억 달러(약 144조 원) 투자 계획을 작년 말 발표했으며, 이번 인텔 투자 역시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반도체 자급화를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으며, 인텔이 설계와 제조를 모두 수행하는 유일한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대만 TSMC의 독점 체제를 견제할 대안으로 보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대중 기술 수출을 제한한 후, 엔비디아(NVDA)와 AMD(AMD)가 중국 판매 수익의 일정 비율을 정부에 환수하는 조건으로 해당 제재를 철회하는 실리 전략도 펼친 바 있다.
이외에 트럼프는 올해 초 소프트뱅크, 오픈AI, 오라클이 참여하는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미국 내 기술 주도권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인텔에 대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 강화는 이 같은 거시적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