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텔(INTC)에 최대 10%의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며 반도체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해당 지분 취득은 지난해 인텔이 수령한 연방 보조금의 대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며, 기업 운영 구조에도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 복수 매체는 최근 보도를 통해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인텔은 미국 국방부와의 협업을 위해 30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 방산용 칩을 생산 중이며, 이어서 미국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약 78억 6,000만 달러(약 113조 2,000억 원) 규모의 직접 지원을 받은 바 있다. 현재까지 전체 보조금 중 약 25%가 인텔에 전달된 상태로, 향후 그 자금의 처리 방식이 지분 투자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가 새로운 자금 유입보다 이미 책정된 보조금의 조기 유통 권한 확보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즉, 미국 정부가 인텔 주식을 확보함으로써 보조금의 집행을 가속화하고, 인텔은 단기간 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인텔은 실적 부진과 비용 절감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분기 기준으로 4억 달러(약 5,7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향후 16개월 동안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의 운영비 절감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전체 인력의 15%를 감축하고 일부 반도체 팹 투자 계획도 재조정됐다.
리드부 탄(Lip-Bu Tan)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월 부임 이후 인텔의 구조 재편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에 SMT(Simultaneous Multi-Threading, 동시 다중 스레딩) 기술을 재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해당 기술은 CPU의 계산 처리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변화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탄 CEO의 사임을 요구했지만, 이후 화이트하우스 회동을 통해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탄 CEO의 경력을 높이 평가하며 양측의 관계가 개선된 조짐을 보였다. 이번 지분 투자는 그런 배경에서 본격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백악관이 인텔 외에도 CHIPS법 자금을 수령한 다른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분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인텔 투자 조건 자체도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이번 투자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정부는 단순 지원이 아닌 전략적 이해 관계자로서의 위상을 부여받게 되며,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산업 주권 강화 움직임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