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구글 강제 분할 거부…AI 시대 독점 판단 ‘재정의’ 신호

미국 법원이 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해소하기 위해 제안된 강제 분할 방안을 기각하면서, 글로벌 검색 시장을 둘러싼 규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결정은 기술 발전에 따른 경쟁 환경 변화가 법적 판단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현지시간 9월 2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 혐의 관련 1심 판결에서, 법무부가 요청한 구글 자회사 분할 방안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구글 크롬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매각은 불필요하며, 오히려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구글의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전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지만, 법원은 이를 거부한 셈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업체나 브라우저 개발사에게 검색 엔진의 기본 설정 대가로 지급했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 역시 완전 금지는 필요 없다고 봤다. 다만, 구글이 경쟁사 제품의 사전 탑재를 제한하는 독점 계약은 금지해야 한다며 선택적 시정 조치를 주문했다. 이는 플랫폼 영향력을 활용한 배타적 행위를 제한하고, 기술 기반의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은 인정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또한 법원은 구글에게 경쟁업체들과 특정 검색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지시했는데, 이는 경쟁 촉진 조치의 일환이다. 그동안 구글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해 왔으며, 실제로 데이터 공유는 자사의 AI 기반 기술과 알고리즘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검색 엔진 시장에서의 교환 가능한 정보에 국한해 접근 권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판결 배경에 최근 AI 기술의 부상도 고려됐다는 것이다. 메흐타 판사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검색 시장의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오픈AI, 퍼플렉시티, 앤스로픽 등 AI 스타트업들이 내놓고 있는 대화형 검색 시스템과 구글의 검색 인터페이스 변화가 경쟁 다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전통적인 독점 개념보다는 동태적인 기술 혁신 환경이 지속된다는 전제에 기반한 해석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로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구글에 대한 반독점 소송의 1심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쟁점이 많았던 만큼 항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해 8월 독점 행위 인정 판결에 항소 의사를 밝혔고, 법무부 역시 추가 논리 보완을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을 계획이다. 이런 여파 속에 법적 절차가 최종 종료되기까지는 수 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법원 결정은 단기적으로 구글의 사업 구조 유지를 가능케 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대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 제한에 있어 기존 방식이 얼마나 유효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향후 AI 개발과 시장 경쟁 환경 변화에 따라 반독점의 기준 자체가 재정의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