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구글에 브라우저 크롬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최종 판단하면서, 구글은 회사 분할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모면했다. 이는 온라인 검색 시장 내 구글의 독점적 지위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요구 중 가장 강도 높은 조치가 법원에서 배제된 결과다.
이번 판결은 2023년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의 일환이다. 당시 법원은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이 같은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고 보고 불법 독점 판단을 내렸다. 이후 법무부는 구글 검색 사업을 분할하는 방안으로 크롬과 안드로이드의 매각을 요구했지만, 이번에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법원은 구글이 향후 경쟁사와 검색 데이터를 공유하고, 스마트폰 제조사와의 독점 계약을 금지하도록 명령했다. 예컨대 구글이 애플이나 삼성에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 탑재하도록 해온 관행이 제한받게 된다. 2022년에만 애플에 지급된 금액은 약 2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이러한 계약은 구글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법원은 직접적인 지급 중단까지는 명하지 않았지만, 계약 조건에 있어 독점적인 조항은 금지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인공지능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업들이 기대했던 ‘크롬 인수’의 기회는 무산됐다. 오픈AI와 야후, 퍼플렉시티 등은 크롬 매각 시 인수를 검토하거나 구체적인 인수가격을 제시했지만, 매각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꺾였고, 대신 구글은 당장의 기업 재편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소식에 따라 구글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8% 넘게 급등했고, 애플도 3%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구글이 경쟁사에 검색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의무화된 점은 향후 수익 모델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구글은 세계 검색 광고 시장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최근 분기 광고 수익 713억 달러(약 10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검색 데이터가 외부에 공유되면 경쟁사들도 검색 품질을 높일 수 있어, 광고주들이 구글 외 플랫폼으로 이탈할 여지가 생긴다. 구글은 이 부분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구글로 하여금 극단적인 구조 조정은 피하게 해줬지만, 사업운영 방식에 있어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법원이 독점 계약과 데이터 공유에 대한 제약을 가한 만큼, 구글의 시장 지배력은 일정 부분 흔들릴 수 있으며, 향후 검색 시장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앞세운 경쟁사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데이터 공유 의무는 구글의 기술 격차를 좁히려는 시장 전반의 움직임에 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