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8일 월요일 아침, 암호화폐 시장은 주말 동안 다시 한 번 화염을 뿜어 올렸다. 비트코인은 9만 1,353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이더리움도 3,136달러로 강하게 반등했다. 단순히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다. 이번 상승 뒤에는 ‘1조 원 규모 청산’이라는 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 ‘90%가 숏 포지션’… 1조 원 청산이 만든 폭발적 상승
지난 24시간 동안 약 7억 5,640만 달러(약 1조 원)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고, 그중 무려 88.8%가 가격 하락을 베팅한 숏 포지션이었다. 시장 참여자 열 명 중 아홉이 “이번엔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이며 이들을 청산했고, 그 매수 압력이 가격 상승의 연료가 됐다.
이른바 ‘숏 스퀴즈’가 강하게 작동한 것이다. 조정 가능성과 FOMC를 앞둔 불확실성 때문에 비관론이 늘었지만, 오히려 그 비관론이 상승의 기폭제가 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펼쳐졌다.
■ 거시경제의 역설: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
이번 랠리를 촉발한 근본적 배경에는 거시경제 데이터의 변화가 있다. 최근 미국 제조업·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는데, 투자자들은 이를 금리 인하 명분을 강화하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경제가 ‘살짝 식는’ 상황을 시장이 오히려 환영하는 묘한 역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기현상도 이 기대를 반영한다.
이번 주 12월 10일 FOMC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바이낸스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12월 금리 인하 확률은 11월 말부터 거의 수직으로 급등했다.
다만 시장은 한 가지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다. 바로 “매파적 인하(hawkish cut)” 가능성이다.
금리는 내리되, 파월 의장이 단호한 톤으로 “이번 한 번일 수도 있다. 기대하지 마라.” 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시나리오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셈이다.
■ 핵심 관전 포인트: 점도표(SEP)의 방향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확인하는 점도표(SEP)는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만약 점도표의 중간값이 9월 대비 높게 나온다면, 시장에는 “연준이 생각만큼 완화적이지 않다”는 신호가 되고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이번 FOMC는 중요 고용보고서가 회의 이후(16일)에 발표되는 이례적인 일정 속에 열려, 연준 역시 데이터 공백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 이번 주 반드시 체크해야 할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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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미국 고용비용지수(E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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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FOMC 및 파월 의장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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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여기에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등 지정학적 긴장도 시장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남아 있다.
■ 일본은행의 매파 발언? 글로벌 충격은 제한적
최근 일본은행 우에다 총재의 발언이 시장을 긴장시켰으나, 이는 엔화 방어 목적 성격이 강하고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글로벌 위험자산을 흔들만한 파급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 제도권 진입 가속… 암호화폐는 ‘투기’에서 ‘해결 도구’로
가격 급등 뒤편에서는 산업의 구조적 성숙을 알리는 뉴스도 연이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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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폼플리아노의 프로캡 BTC, 오늘부터 나스닥 거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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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2위 금융그룹 BPCE, 공식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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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유니언, 솔라나 기반 스테이블코인 선불카드 출시 준비
특히 웨스턴유니언의 움직임은 상징적이다. 전 세계 금융의 모세혈관 같은 기업이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개인을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다는 건, 암호화폐가 마침내 현실 문제 해결에 쓰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 비탈릭의 제안: ‘온체인 가스 선물 시장’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수수료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가스비를 미래 시점에 미리 예약·고정하는 ‘가스 선물 시장’을 제안했다.
이는 항공권을 미리 예약하거나, 농부가 곡물 가격을 선물로 고정해두는 구조와 유사하다. 이 제도가 현실화되면 이더리움 생태계는 비용 예측 가능성이 크게 향상된 완성형 디지털 경제 플랫폼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 마무리: 시장의 미래는 ‘가격 변동’보다 ‘안정적 디지털 화폐’에 있을지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화려한 주말 상승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이벤트다. 그러나 더 조용하지만 구조적인 변화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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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유니언과 같은 거대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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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MiCA) 시행 이후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총이 2배 증가
이런 흐름은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가 단기 가격 변동이 아니라, 일상 속 실용적 디지털 화폐의 확산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출근길에 이런 질문을 던져 볼 만하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단순한 랠리인가, 아니면 디지털 금융 질서의 구조적 재편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