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과 SK텔레콤 등 일부 기업들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입한 보험의 보장 금액이 현행 최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실제 사고 발생 시 피해자 구제가 충분히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손해보험업계와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현재 메리츠화재의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에 보장 한도 10억 원으로 가입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뿐 아니라 SK텔레콤 등 주요 대기업들도 대부분 동일한 수준의 보험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현행법상 최소 가입 기준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보험 한도가 실제 정보 유출 사고의 피해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매출액이 10조 원을 넘고, 개인정보 보유자 수가 1천만 명에 달하는 대기업을 기준으로 볼 때, 10억 원이라는 보장 한도는 피해자 한 사람당 보상금으로 환산하면 형식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실제로 대형 유출 사고의 경우 수백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보상 총액이 보장 한도를 초과하게 되면 기업은 보험 외 자산으로 배상을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배경 속에서 손해보험업계는 정부에 법적 최소 보험금 기준을 상향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10억 원에서 최대 1천억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보험금 액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보다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기업들은 보험료 부담 증가를 우려해 보장 한도 상향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기업의 평판과 시장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정보보호 투자 확대와 함께 현실적인 배상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특히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며 고객 데이터를 방대한 규모로 수집·활용하는 시대에는 사고 발생 시 책임도 이에 걸맞게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와 함께 기업의 자발적인 보험금 상향 조정 등 추가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보호와 정보보안 강화라는 공익적 가치 실현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