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꾸준히 이어가면서도, 인재 선발 기준에는 인공지능(AI) 등의 디지털 역량과 중간 경력직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를 기반으로 한 업무 효율성 제고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관련 기술을 갖춘 인재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HR 테크 기업 원티드랩이 12월 8일 발표한 ‘2026 채용 트렌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153개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내년 채용에서 4~7년 차 중간 경력직과 AI 활용 능력이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응답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9.7%가 중간 경력직을 가장 선호하는 채용 대상으로 지목했으며, AI·데이터 활용 역량은 신입 여부와 관계없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업이 인재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는 ‘직무 전문 역량’이 64.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팀워크·협업 능력(37.9%), 조직 기여 의지(28.1%), 그리고 AI·데이터 활용 능력(24.2%)이 상위 항목에 올랐다. 이는 과거 경력이나 학벌 중심의 평가가 점차 약화되고, 실무 적응력과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가 인재 평가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채용 규모에 대한 전망 역시 비교적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응답 기업 중 74.5%는 내년에도 채용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그중 30.1%는 채용을 아예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기존 인력의 교체 또는 확충 수요 외에도, 기업의 성장 전략이 여전히 인적 자원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채용 과정에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올해 기준으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지원자 부족’(42.5%)과 ‘우수 인재 간 경쟁 심화’(37.9%)가 지목됐다. 그 외에도 효과적인 채용 채널 확보(26.8%), 예산 부족(21.6%), 입사자 조기 퇴사 문제(19.6%) 등도 지속적인 고민거리로 나타났다. 이는 채용 규모 확대가 단순한 숫자의 문제라기보다, 현실적으로는 적합한 인재를 찾는 데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채용 시장 전반의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변화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변화 속에서, 기업들이 기존의 채용 패러다임을 어떻게 전환하느냐에 따라 업무 효율성과 조직 경쟁력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력과 역량 중심의 선별 기준 강화는 장기적으로도 노동시장의 구조 재편을 촉진할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