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정보기술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이 불법적 시장 지배력 행사 혐의를 받은 반독점 소송에서, 자사 브라우저인 ‘크롬’을 강제로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미국 연방 워싱턴 D.C. 지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9월 2일(현지시간),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 문제 해결을 위한 1심 판결에서 크롬 브라우저 및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매각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미 법무부가 지난 2020년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 따른 것으로, 1990년대 후반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소송 이후 미국 정부가 주도한 최대 규모의 테크 반독점 사례다.
당초 미 법무부는 구글의 시장 지배를 제한하기 위해 브라우저 매각뿐 아니라, 애플이나 삼성과 같은 기기 제조업체들에게 지급하는 대규모 계약금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구글이 자사 검색 엔진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브라우저의 기본 설정으로 위치시키는 대가로 연간 수십억 달러를 지불해 온 관행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판결에서 구글이 일부 경쟁 조치를 수용해야 한다는 판단도 함께 나왔다. 법원은 구글에게 검색 데이터를 일부 경쟁 기업에 공유할 의무가 있으며, 특정 기기에 경쟁업체의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의 사전 설치를 제한하는 식의 배타적 계약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색 데이터는 구글이 거듭 강조해온 '핵심 자산'이자 지식재산권이라는 점에서, 이 조항은 향후 기술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 방식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향후 판결은 양측의 항소 여부에 따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구글 측은 이미 경쟁 데이터 공유 명령을 사실상의 기술 유출로 간주하며 반발하고 있고, 법무부 역시 이번 판결 중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조치에 대해 불복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법적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발표 직후 뉴욕 증시장에서 구글 주가는 정규 거래 시간 동안 소폭 하락했지만, 판결 내용이 전해진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약 8%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브라우저 강제 매각과 같은 극단적인 구조 개편이 불필요하다는 점에 안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판결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와 시장 재편 논의에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