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선두 콴티뉴엄, 6억 달러 유치…기업가치 14조 돌파

통합 양자 컴퓨팅 기업 콴티뉴엄(Quantinuum)이 최신 트랩트 이온 기술 기반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와 확장을 위해 6억 달러(약 8,640억 원)의 자금을 신규 조달했다. 이번 투자로 콴티뉴엄의 기업 가치는 투자 전 기준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로 정해졌으며, 이는 지난해 초 50억 달러였던 평가액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번 자금 조달에는 엔비디아(NVDA)의 벤처 투자 부문인 엔벤처스(NVentures)를 비롯해 대만의 컴퓨터 제조 대기업 콴타 컴퓨터, 벤처 캐피탈 QED 인베스터스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모건 프라이빗 벤처스, 메쉬 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모회사 허니웰(HON)도 이번 라운드에 합류했다.

콴티뉴엄은 2021년 허니웰의 양자 컴퓨팅 자회사였던 허니웰 퀀텀 솔루션과 영국의 양자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캠브리지 퀀텀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당시 허니웰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설비 지원을 약속했으며, 현재까지도 제조 측면에서 지속적인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콴티뉴엄은 H-시리즈로 불리는 자사 양자 컴퓨터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장 최신 모델인 ‘시스템 모델 H2’는 56개의 연산 큐비트를 연결해 고품질의 오류 정정 및 내결함성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올해 2월에는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의 협업을 통해 ‘레이메이(Reimei)’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본 사이타마현 와코 캠퍼스에 설치했다. 이는 전통 슈퍼컴퓨터인 후가쿠와 양자 컴퓨팅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고성능 처리 시스템으로, 물리·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 연구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콴티뉴엄의 기술 핵심은 트랩트 이온(trapped-ion) 기반 큐비트다. 이는 전자기장을 통해 이터븀 원자를 이온화한 뒤 큐비트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다른 기술에 비해 신호 정확도는 높고 오류율은 낮으며, 양자 상태의 지속 시간도 길다는 강점이 있다. 덕분에 복잡한 계산을 보다 정밀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아울러 개발자 생태계를 위한 투자가 활발한 것도 눈에 띈다. 최근에는 자체 하드웨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에뮬레이터 도구와, 파이썬을 기반으로 한 양자 프로그래밍 언어 ‘Guppy’를 공개했다. 이 도구들은 콴티뉴엄의 서비스형 양자 하드웨어(Helios 플랫폼)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움을 준다.

글로벌 협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본 리켄과 협업 외에도 소프트뱅크,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영국의 하트리 센터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뉴멕시코, 카타르, 싱가포르 등으로의 해외 진출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 유치는 콴티뉴엄이 상업적 양자 컴퓨팅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향후 이 기업이 글로벌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중심축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