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담은 스타트업 레발리아 바이오(Revalia Bio)가 1450만 달러(약 208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는 아메리카스 프런티어 펀드와 시에라 벤처스가 공동 주도했으며, 전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이자 알파벳 이사회 멤버인 로저 퍼거슨을 비롯한 복수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레발리아 바이오는 예일대에서 스핀오프 형태로 2023년 3월에 설립된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회사는 인간 장기를 활용한 '인간 데이터 시험(human data trials)'이라는 새로운 범주의 전임상 시험 플랫폼을 통해 신약 개발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실제로 장기이식을 위해 사용되지 못한 장기들을 자사 특허 기술로 되살려 의약품 테스트에 활용하며, 제약사들의 초기 단계 연구에서 실질적인 환자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약물 반응성을 예측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그렉 티젠(Greg Tietjen)은 "동물 모델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약물 개발 방식은 인간 생물학과 괴리된 결과를 낳고 있다"며,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과 국립보건원(NIH)의 규제 변화도 인간 기반 개발을 강하게 유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일대에서 생체 장기 보존 기술 연구를 해온 전직 교수이기도 하다.
사업 초기부터 레발리아는 글로벌 제약사 상위 10위 안에 드는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했으며, 첫해에만 수백만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단일 실험 패키지뿐 아니라 구독 기반의 반복 사용 모델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신장 질환과 종양학 부문의 시험에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질병 영역 전반과 의료기기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제품책임자(CPO)인 제나 디리토(Jenna DiRito)는 "전통적으로는 동물 실험이나 인공세포 배양 기반으로 신약 효능을 추정했지만, 살아 있는 인간 장기를 통한 접근은 훨씬 정밀하고 유효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인체 장기를 직접 퍼퓨전(관류)한 이력을 지닌 트랜스플란트 사이언티스트로, 포브스 ‘30세 이하 30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레발리아는 앞서 엔젤 및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500만 달러(약 72억 원)의 프리-시드 자금을 SAFE 형태로 확보하기도 했다. 그리고 벤처 캐피털 외에도 임팩트 투자자로 평가받는 뇌신경 과학자 밀라드 알루코자이(Milad Alucozai)는 투자 참여 후 직접 회사 경영에도 합류했다.
레발리아에 투자한 브라이언 윌코브 미국 프런티어 펀드 대표는 "신약 개발의 진정한 혁신은 인간 생물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레발리아의 플랫폼은 임상혁신은 물론 국가 바이오 헬스 전략에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레발리아는 현재 자사의 시험 플랫폼 베타 프로그램을 시작한 상태다. 기존의 임상시험에 더해 보완적 데이터 흐름을 제공하고, 적응형 임상 설계 등 새로운 임상 전략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계속되는 동물 실험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하는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인간 데이터 기반 시험 플랫폼은 제약 R&D의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