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AI 피싱 방어 기업 어댑티브 시큐리티에 5500만 달러 베팅

AI 피싱 시뮬레이션 스타트업 어댑티브 시큐리티(Adaptive Security)가 오픈AI(OpenAI)의 스타트업 펀드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총 5,500만 달러(약 792억 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올해 4월에 발표된 4,3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에 대한 확장 라운드 형태로 이뤄졌으며, 오픈AI가 구체적으로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어댑티브 시큐리티는 오픈AI의 직접적인 자금을 받은 유일한 사이버보안 스타트업으로, 자사의 AI 기반 소셜 엔지니어링 공격 대응 훈련 플랫폼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해당 플랫폼은 대기업의 임직원이 AI 위협에 쉽게 노출되는 점을 역이용해, 정교하게 시뮬레이션된 피싱·사칭 공격을 반복 학습함으로써 실제 공격을 식별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이메일, 문자, 심지어 경영진의 음성을 모방한 딥페이크 영상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뤄지는 훈련은 기업 내부 보안 의식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들어 AI를 악용한 사칭 사고는 현실의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내 상원의원과 주지사 포함 복수의 공직자가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을 사칭한 AI 메시지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달, 오픈AI의 샘 알트먼(Sam Altman) CEO는 "AI가 보이스프린트와 같은 기존 인증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면서 현재 금융기관의 보안 시스템이 AI 위협에 지나치게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개인 소비자들도 이러한 AI 기반 사기에 빈번히 노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짜 XRP 리워드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딥페이크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리플(Ripple)이 공식 부인 성명을 발표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또한 미국 미시간주에서는 AI 음성변조 사기로 주민들이 2억 4,000만 달러(약 3,456억 원)가 넘는 금액을 잃는 사고가 발생해 FBI가 경고에 나섰다.

어댑티브는 이러한 위협에 대한 대응 역량을 플랫폼에 집약하고 있다. 보안팀은 중앙 대시보드를 통해 모든 시뮬레이션 공격의 성과를 수치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직원 개인별 취약성과 보안 인식 수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맞춤형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브라이언 롱(Brian Long) CEO는 "AI가 일상에 스며드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되어가는 지금, 신뢰 자체가 보안의 최대 약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AI 중심의 공격 시대에는 사람 중심의 교육과 대응 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스타트업 펀드의 파트너 이안 헤더웨이(Ian Hathaway) 또한 어댑티브의 발전 속도를 높이 평가하며 “현실적인 딥페이크 공격 시뮬레이션과 AI 기반 리스크 분석 및 교육 기능은 현대 보안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AI가 보안을 위협하는 주체에서 이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어댑티브 시큐리티의 기술이 이 전환의 최전선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업계의 주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