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주도로 진행된 투자 유치에서 17억 유로, 약 2조7천8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유럽 AI 업계의 신성으로 급부상했다.
9일(현지시간) 미스트랄 AI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투자로 기업 가치가 117억 유로, 약 19조1천300억 원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유럽 내 AI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미국 중심의 글로벌 AI 경쟁 구도 속에서 유럽 기업이 존재감을 드러낸 사례로 주목된다.
이번 자금 유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사인 ASML이 단독으로 13억 유로를 투자해 미스트랄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는 사실이다. ASML은 이로써 미스트랄의 지분 약 11%를 확보하게 되며, 회사의 전략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전략위원회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런 협력의 배경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려는 움직임이 자리잡고 있다. ASML은 향후 자사 반도체 장비에 고성능 AI 모델을 통합해 생산 공정의 정밀도와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닌 첨단 제조업 혁신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전략과도 연결된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ASML을 비롯해 미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엔비디아, 글로벌 벤처캐피탈 앤드리슨 호로비츠, 프랑스 국영 투자기관 BPI프랑스, DST 글로벌, 제너럴 카탈리스트, 인덱스 벤처스 등 다수의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이는 미스트랄이 단순한 지역 스타트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비중을 차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방증이다.
2023년 설립된 미스트랄은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 조직인 딥마인드 출신의 아르튀르 멘슈 등이 중심이 돼 창업했다. 설립 초기부터 빠르게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유럽 내 AI 분야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고, 미국의 오픈AI, 메타, 구글 등에 맞설 유럽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유럽 기술 기업들이 미국·중국 업체 중심의 AI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자립과 산업 주권을 강조해온 유럽연합(EU) 입장에서도 미스트랄과 같은 기업의 육성은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며, 향후 유럽 각국의 AI 투자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