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분야가 핀테크 혁신에서 소외돼 온 가운데, 이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마즐로(Mazlo)'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창업자 키안 알라비(Kian Alavi)는 20년에 가까운 비영리기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섹터의 가장 큰 고충 중 하나였던 재무 관리 문제 해결에 나섰다.
알라비는 팬데믹 시기 동안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굿 사마리탄 패밀리 리소스 센터’에서 근무하며 머릿속에 마즐로의 초기 아이디어를 그려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자금 확보였다. 벤처캐피탈 70곳 이상이 그의 제안을 거절하며, 비영리는 투자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알라비는 2024년 중반, 안드리센 호로위츠와 소셜 굿 펀드 등에서 약 110만 달러(약 15억 8,000만 원)를 유치하며 첫 발을 디뎠다.
마즐로는 이후 ‘비영리를 위한 핀테크 인프라 구축’이라는 비전에 맞춰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단순한 결제 도구나 계좌 서비스가 아닌, 회계 오류나 감사를 피할 수 있는 규제 준수 기반의 통합 재무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알라비는 "비영리단체가 회계 감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면허를 박탈당하고 운영 중단 위기에 직면한다"며, 정확성과 투명성 확보가 곧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즐로는 2024년 8월 공식 출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다시 위기가 닥쳤다. 확보한 자금이 소진되며 급여 지급도 힘든 상황에 몰린 것이다. 결국 알라비는 약 3,500만 달러(약 50억 4,000만 원)의 시드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웨스트바운드 에쿼티 파트너스, 슈퍼셋(Super{set}), 그리고 소셜 굿 펀드 외에도 창업자 지인들과 조력자들이 힘을 보탰다.
현재 마즐로는 미국 전역 50개 주에서 60개 이상 조직, 1,600명 이상의 실사용자를 확보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핵심 서비스는 비영리단체 맞춤형 체크카드, 비용 통제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카드, 손쉬운 회계 분류 기능 등으로 구성됐다. 마즐로는 은행 파트너를 통해 계좌를 운영하며, 카드 사용 수수료, 기부 중개 수수료, SaaS형 가입 요금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투자사들도 마즐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슈퍼셋 공동 창업자 톰 차베스(Tom Chavez)는 “비영리 섹터에는 무려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자산이 존재한다”며, 소외된 시장에 대한 관심 필요성을 역설했다. 웨스트바운드 파트너스의 션 멘디(Sean Mendy) 역시 “비영리 기관들이 3조 7,000억 달러(약 5,328조 원)의 연간 수익을 관리하고 있음에도 핀테크 혜택에서 배제돼 있다”며, 마즐로가 새로운 산업 표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라비는 링크드인에 이렇게 적었다. "비영리 조직들이 90년대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비효율을 넘어 도덕적인 문제다." 그의 말처럼, 마즐로는 단순한 스타트업을 넘어 기술을 통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