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텔에 50억 달러를 투자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업계 양대 기업 간 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를 계기로 엔비디아는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의 주요 고객이 되겠다고 밝혀, 단순한 지분 투자 이상의 기술 동맹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지시간 9월 18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인텔 투자 발표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인텔 CPU의 매우 큰 고객이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인텔 칩에 자사의 GPU 칩렛을 공급하는 중요한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부품 구매 차원을 넘어, 공동 제품 개발과 인공지능(AI) 시스템 설계 등을 포함하고 있어 반도체 생산 생태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는 인텔이 겪고 있는 경영난을 타개하는 데도 의미 있는 수혈이 될 전망이다. 인텔은 최근 수년간 경쟁사에 기술력을 앞서가는 데 실패하면서 실적 부진과 시장 점유율 감소에 직면해 있었다. 반면 엔비디아는 AI 기술 확산과 고성능 컴퓨팅 수요 증가에 힘입어 반도체 업계의 중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양사는 약 1년에 걸쳐 투자 및 협업 방안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의 주된 내용은 인텔의 CPU와 엔비디아의 GPU 및 네트워킹 기술을 결합한 데이터센터용 AI 시스템의 공동 개발이다. 여기에 더해, 일반 소비자 대상 노트북과 PC 시장에도 두 회사의 기술을 융합한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인텔 CPU를 기반으로 자사의 칩을 통합한 ‘슈퍼 칩’을 제작하고, 이들은 결국 대형 AI 슈퍼컴퓨터로 활용될 컴퓨팅 인프라에 포함될 계획이다.
기술적으로는 인텔의 패키징 기술도 협력에 포함된다. 패키징은 반도체 제조의 마지막 단계로, 여러 칩을 하나의 장치로 통합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대만의 TSMC를 주 제조 파트너로 활용해 왔지만, 이번 협력을 통해 인텔의 기술력도 직접 활용하게 된다. 단, 젠슨 황 CEO는 이번 발표는 인텔의 파운드리(위탁 생산) 자체보다는 맞춤형 CPU 설계에 중심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협업을 넘어 전략적 투자와 생태계 재편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CPU-GPU 통합을 넘어 모든 컴퓨팅 구조를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