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위성과 휴대전화가 바로 연결되는 차세대 통신 기술인 ‘디바이스 직접 연결(D2D) 통신’ 상용화를 위해 발 빠르게 규제를 정비하고, 유럽 최초의 서비스 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오는 2026년 초를 목표로 D2D 기술을 활용한 문자 메시지 기반의 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통신 규제기관인 영국 커뮤니케이션청(Ofcom)은 지난 9월 한 발 앞서 D2D 서비스 업무 허가 체계를 마련하고 실제 적용에 들어갔다. D2D는 기지국 없이도 위성을 통해 휴대전화 단말기와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로, 산간·도서 지역 등 기존 통신망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우선 영국 정부는 문자 송수신을 시작으로 점차 음성 통화 및 저속 데이터 서비스로까지 D2D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단계적 상용화 전략은 기술적 안정성과 상업적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3기가헤르츠(3GHz) 이하의 기존 통신 주파수 대역을 위성통신에 활용하면서도, 전파 간섭을 방지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필수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영국은 현재 자국 내 4세대 통신(4G)망이 전체 국토 면적의 약 95%를 커버하고 있지만, 나머지 5%에 해당하는 농촌, 산악지대, 해안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통신 불능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이른바 '통신 사각지대'를 D2D 통신 도입의 우선 제공 대상 지역으로 삼았다. 일반 스마트폰으로도 위성과 직접 통신할 수 있는 D2D 기술의 특성상, 별도의 고가 장비 없이도 이들 지역 주민이 최소한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민간 통신기업들도 D2D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 통신사 보다폰은 미국 기업 AST 스페이스모바일과 함께 합작회사 ‘SatCo’를 세워 위성기반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또 다른 통신사인 BT도 저궤도 위성 서비스 기업 원웹 및 스타링크와 협력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기존 지상망 기반 통신사업자들이 우주 기반 통신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움직임을 토대로 전문가들은 내년 영국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D2D 산업 규제 체계 수립 및 기술 표준화 과정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국 기업들이 조기에 상업 서비스 모델을 확보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도 병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D2D 기술의 상용화가 통신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