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 확산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들어 고대역폭 메모리(HBM)뿐 아니라 범용 디램(DRAM) 시장도 본격적인 가격 상승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2일 IBK투자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들어 디램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량이 늘어나면서, 대규모 서버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 기업들과 정보기기 제조업체들이 메모리 탑재 용량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서버용 DDR5 디램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운호 연구원은 “과거에는 HBM 수요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범용 DRAM 제품, 특히 서버용 DDR5가 본격적인 수요 사이클에 들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평균 기준에 따르면 4분기 서버용 DDR5 디램의 장기계약 가격은 전분기 대비 약 20% 올랐고, 추가 공급 물량 계약은 기준가에 프리미엄까지 얹어 체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며, 메모리 제조사들이 소비자용 제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제품에 생산을 우선 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서버 시장을 넘어 PC 및 모바일용 디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최종 수요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서버용 제품과의 수익성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생산 비중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가격 인상이 다른 제품군으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글로벌 IT 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두 자릿수의 가격 인상에도 이를 감수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번 가격 상승은 단순한 단기적 호황이 아니라, 수급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구조적 변화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는 필수적인 웨이퍼 투입이 제한적인 데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HBM 생산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DRAM의 전반적 공급 여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AI 관련 수요가 지속되면서 디램 전반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2026년 초까지 가격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공급 측면의 구조적 제약과 수요 확장의 방향이 명확하게 맞물리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업황 주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내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의 회복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