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손잡고 세운 배터리 합작법인을 해체하고, 각자 독립적인 생산 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상호 지분을 정리하고 자산을 나누는 방식으로 계약을 조정하면서, 북미 시장 내 전략을 새롭게 짜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12월 11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 SK온이 포드와 공동으로 출자한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구조를 재편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루오벌SK는 지난 2022년,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양사가 50대 50 지분 비율로 설립한 법인이다. 현재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대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온 중이었다.
이번 재편으로 양사는 보유 자산을 분리해 단독 운영에 나선다. SK온은 테네시 주 공장을 단독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며, 포드는 켄터키 제1, 제2공장을 가져간다. 이 과정에서 포드가 가진 블루오벌SK의 지분 50%는 유상감자 방식으로 정리된다. 그 결과 자본금은 기존 약 9조520억 원에서 절반 수준인 4조5천260억 원으로 줄게 된다. 감자는 2026년 3월 31일을 기준으로 진행되나, 구체적인 일정은 계약 및 규제기관의 승인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더불어 SK온은 블루오벌SK가 보유한 켄터키 공장 관련 부동산 및 자산 일체를 포드에 약 9조8천862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SK온은 북미에서 테네시 공장을 중심으로 자사 단독의 생산 체제를 확립하게 된다. 해당 공장은 SK온이 북미 지역 고객사에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에너지 저장 장치(ESS)까지 공급할 수 있도록 고안된 대규모 생산시설로, 연간 45기가와트시(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단지 기업 간 이익 분배를 넘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진작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전략적 대응 조치로 보고 있다. IRA는 북미 생산 배터리에 세액 혜택을 부여해 현지 생산을 장려하는 법으로, SK온이 단독 체제를 통해 현지 자율성을 강화한 셈이다. SK온 측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고도화하고, 유연한 운영을 바탕으로 생산성과 시장 반응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비록 합작법인은 청산되지만, SK온과 포드는 테네시 공장을 통해 전략적 협력 관계는 유지해 갈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포드의 전기차 전용 산업단지인 ‘블루오벌 시티’ 내부에 위치해 있어, 부품과 배터리의 수급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배터리 산업의 빠른 기술 경쟁과 현지화 요구 속에서 기업들이 재편에 나서는 전형적인 사례로, 앞으로도 글로벌 전기차 전환 속도에 맞춰 동종 업계 내 유사한 구조 개편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