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3강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입찰은 단순한 기술력 대결을 넘어, 기업들의 국내 투자 및 산업 기여도까지 평가 기준에 포함되면서 경쟁 구도가 복잡해진 양상이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지난 11월 27일, 총 540메가와트 규모의 ESS 중앙계약시장 2차 입찰을 공고했다. 이는 배터리 용량으로 환산 시 3.24기가와트시(GWh)에 해당하며, 접수는 내년 1월 16일까지, 낙찰자 발표는 2월로 예정돼 있다. 이번 입찰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가격 평가 비중이 기존 60%에서 50%로 축소되고, 비가격 항목이 40%에서 50%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비가격 평가 항목에는 계통 안정성 기여도, 기술력, 주민 수용성 외에 ‘산업·경제 기여도’가 포함돼 기업의 국내 생산 능력과 고용 창출, 공급망 구축 노력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내 투자 위축에 우려를 표명한 배경과 맞물려 해석된다. 정부는 대외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산업 기반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배터리 3사 역시 각기 다른 전략으로 대응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청주 오창에 새로운 에너지플랜트를 구축해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신설할 계획이다. 초기 생산량은 1GWh에 불과하나, 향후 수요에 따라 국내 생산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울산공장을 중심으로 삼원계(NCA) 배터리를 연 15GWh 규모로 이미 생산하고 있으며, 주로 국내 소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공급망 안정성과 산업 기여도 측면에서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SK온은 충남 서산공장 일부를 전기차 배터리 라인에서 ESS용 LFP 파우치형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외에도 안전성 항목의 평가 비중이 기존 11%에서 12.5%로 늘어난 만큼, 각 사는 배터리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 배터리가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화재 위험이 적고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삼성SDI는 각형(NCA) 배터리에 열 확산 방지 및 직분사 기술 등 차별화된 안전설계를 적용하고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다만 입찰의 특성상 결국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여전히 유효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가격과 안전성은 기본 전제이며, 이번 입찰에서 국내 산업 생태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런 흐름은 향후 ESS 시장뿐 아니라 전체 배터리 산업의 국내 투자 방향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