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불어온 변화의 핵심에 인공지능(AI)이 있다. 과거 수동적인 리서치와 복잡한 문서 검토가 일상이던 변호사들의 업무에 생성형 AI가 새 동료로 합류하면서 법률 산업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렉시스넥시스(LexisNexis)는 AI 통합을 일찌감치 실행에 옮긴 대표적인 사례로, 수십억 건의 문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솔루션을 통해 법률 실무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렉시스넥시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기반 AI를 자사 플랫폼에 통합해왔다. 이 회사의 센터 플랫폼인 ‘Lexis+ AI’는 1380억 건 이상의 사법 판례와 기록 데이터를 AI 비서 ‘프로테제(Protégé)’와 연동해, 문서 요약은 물론 복잡한 질문 응답과 초안 작성, 소송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 포레스터(Forrester) 컨설팅이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 플랫폼을 도입한 대형 로펌 5곳은 3년간 평균 344%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절반 이하의 기간 만에 초기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내부에서도 세대별로 생산성 향상이 확인된다. 초급 변호사들은 이전에 청구할 수 없었던 비청구 업무 시간의 최대 35%를 절감했고, 중견급 이상은 매주 2.5시간 이상을 법률 초안 작업에서 줄일 수 있었다. 법률 리서치 전담 인력들도 연간 평균 225시간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IT 도입 차원을 넘어서, 법률 정보를 다루는 근본적 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렉시스넥시스 북미 및 영국 지역 CEO인 션 피츠패트릭(Sean Fitzpatrick)은 “회사를 처음 다닐 때만 해도 매출 절반이 인쇄물을 통해 나왔지만, 지금은 정보, 분석, 의사결정 도구와 워크플로우 전반이 AI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는 자사 콘텐츠를 오랜 시간에 걸쳐 메타데이터 기반으로 정제한 노력 덕분이다. 프로테제는 단순한 챗봇이 아닌, 사용자의 질문을 분류해 초안 작성에 적합한 모델, 요약에 적합한 모델 등으로 연결한다. 또 모든 결과물에는 반드시 원문 자료 출처가 표시돼, 법률적 검증이 필수적인 환경에서도 신뢰성을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AI는 법조계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변호사가 증인 심문 시 활용할 질문을 생성할 때도 AI는 지치지 않는 파트너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변호사는 단순한 질문 작성에서 벗어나 전략 수립에 시간을 집중할 수 있다. 피츠패트릭 CEO는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효과는 솔직히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었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다만 기대 못지않게 경계도 엄존한다. 생성형 AI의 대표적 문제점인 ‘환각(hallucination)’은 여전히 법률 영역에서 신중함을 요구하는 요소다. 덕분에 렉시스넥시스는 일반용 챗봇 개발이 아닌, 법조계 특화 모델 구축에 집중해왔다. 이 접근 덕에 고객들은 기존 방식은 유지한 채, 일부 프로세스만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점진적 전환을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법률 산업 고유의 ‘도제 모델’에 충격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피츠패트릭은 “이제 AI가 1~3년 차 변호사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도제 시스템을 유지할 것인가는 아직 충분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AI 도입을 과감히 추진한 로펌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는 여전히 관망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AI 활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미 한걸음 내딛었다는 설명이다. 기술은 이미 법조계 문턱을 넘었고, 이제는 얼마나 빠르게 익숙해질 것인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