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상하이 증시 상장 심사를 통과하면서, 중국 첨단기술 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가 다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1일 유니트리의 과창판 기업공개가 상장심사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발행 조건과 상장 조건, 정보 공시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과창판은 중국이 반도체·인공지능·로봇 같은 전략 산업을 키우기 위해 운영하는 과학기술주 중심 시장이다. 유니트리는 앞으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등록과 승인 절차를 거쳐 상장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유니트리는 지난 3월 20일 상하이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했고,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약 42억200만위안, 우리 돈 약 9천36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 자금을 로봇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구축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유니트리는 최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상징적인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춘제 특집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한층 고도화된 무술 공연을 선보여 대중적 주목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자사 휴머노이드가 단거리 달리기에서 초속 10.1미터를 기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성장 속도와 수익성 사이의 간격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유니트리가 투자설명서를 통해 밝힌 올해 1분기 매출은 4억2천300만위안, 약 9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49% 증가했다. 매출 자체는 빠르게 늘었지만, 전년 동기 증가율 332.64%와 비교하면 상승 탄력은 다소 둔화한 셈이다. 여기에 연구·개발비와 판매 관련 비용이 크게 늘면서 비경상 손익을 제외한 순이익은 4천25만위안, 약 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55% 줄었다. 기술 기업이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지만, 상장 이후에는 수익성 개선 요구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상장 추진은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중국 당국의 산업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중국은 최근 ‘첨단 기술 자립자강’ 기조를 앞세워 자국 기술 기업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달 말에는 중국 최대 디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과창판 상장을 승인받았고, 대형언어모델 기업 미니맥스도 상하이 상장 준비를 공식화했다. 동시에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8개 부처는 해외 투자를 중개해 온 금융사들을 대거 퇴출하며 중국 투자자금이 해외보다 국내로 머물도록 하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자본 유출에 대한 경계도 깔려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중국을 떠난 핫머니, 즉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본은 1조400억달러로 2006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중국 안팎에서는 당국이 국내 투자 유도를 강화하는 이유를 자본 유출을 막는 동시에 반도체와 인공지능, 로봇 같은 전략 산업의 성장을 직접 뒷받침하려는 조치로 해석한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과창판을 중심으로 첨단기술 기업의 상장이 잇따르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